제주, 퍼블릭 블록체인 중심 시장주의 시각
지방자치단체(지자치)들의 블록체인을 향한 구애가 열렬하다. 블록체인 산업이 지자체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어서다. 이미 스위스 주크, 에스토니아, 싱가포르 등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한 해외 도시나 국가에는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블록체인은 정체되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 여러 지자체도 4차 산업혁명 핵심인프라 기술인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지자체는 서울과 제주다. 두 지자체는 블록체인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는 같지만, 방식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인구와 규모면에서 압도적인 서울은 '관(管)' 중심으로, 수많은 산업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했던 제주는 '시장' 중심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다.
서울시는 대도시의 풍부한 인프라를 활용해 블록체인 산업을 밑바탕부터 직접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직접 펀드를 조성하고 스타트업을 모아 집적 단지를 구축하는 한편, 시민들에게 아이디어를 공모해 공공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발주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5일 자금과 인력, 수행 사업까지 서울시가 모두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블록체인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스위스 주크에서 발표했다.
서울시 추진계획은 ‘서울시 주도’와 ‘프라이빗 블록체인 중심’ 두 가지에 방점이 찍혔다. 시 예산 1233억원을 투입해 개포 디지털 혁신파크, 마포 서울창업허브에 블록체인 스타트업 집적 단지를 조성하고 760명 규모의 전문인력도 직접 양성한다. 기술은 있지만, 사업화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도 지원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뜻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전방위적으로 알리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블록체인 행사인 '2018 코리아 블록체인 엑스포'에 참가한 김태균 서울시 정보기획관은 개막식 연설에서 서울시가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전자투표, 복지 자격 검증 등 인터넷으로도 가능한 업무 14개를 시민들과 발굴했다”며 “공공부처에 블록체인 적용을 확대하려 한다”고 말했다. 서울페이와의 통합도 추진한다. 김 정보기획관은 “서울 시민카드 앱, 서울페이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겠다”며 “서울 블록체인 산업협의체를 구성하고 시민들이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하는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시는 인구 1000만의 첨단 국제도시다. 시가 주도적으로 블록체인 서비스를 보급한다면 막대한 이용자가 확보될 수 있다. 뛰어난 IT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초대형 테스트베드가 구축되는 셈이다.
다만 ‘왜 블록체인을 사용해야 하느냐(Why Blockchain)’는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해 블록체인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것은 서울시의 단점이다. 김 정보기획관은 “지금 방식도 문제가 없는데 왜 블록체인을 하느냐는 질문에 답을 찾지 못했다”며 “블록체인이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되냐는 질문에도 아직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세계적으로) 정부에서 진정한 퍼블릭 체인을 구현한 경우를 보지 못했다”며 “서울시의 블록체인은 프라이빗 체인이다.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제주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최적화된 블록체인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스마트그리드, 전기자동차 보급 등 4차 산업혁명 테스트베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자신감도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는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산업 발전은 시장에 맡긴다는 시장주의적 입장을 세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 8월3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주시의 블록체인 특구 지정을 공식 건의했다. 독립적 공간인 섬의 특성을 활용해 기업을 한곳에 모으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암호화폐)에 대한 기준과 규제를 만들자는 것이다. 스위스 주크, 에스토니아 등 해외 사례처럼 작은 정부가 혁신을 빠르게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 원 지사의 생각이다.
지난 26일 제주에서 만난 노희섭 미래전략국장은 “혁신은 작은 곳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 차원에서 혁신을 수용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큰 갈등도 빚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에서 신산업을 검토하고 법제화하는 속도가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기에 제한된 공간에서 혁신을 먼저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주목하는 블록체인은 암호화폐가 결합한 퍼블릭 블록체인이다. 암호화폐가 빠진 프라이빗 체인은 결국 용역 시장에 한정될 것이고 이는 기술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도의 역할을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기업들의 활동을 돕는 정도로 제한했다. 시장을 참여한 기업들에 맡긴다는 의미다.
노 국장은 “이전에 빅데이터 산업에 종사하며 시장이 공공기관 빅데이터 구축 용역 사업 위주로 흘러가는 상황을 겪어봤다”면서 “업체가 용역 사업에 집중하면 기술 개발에 소홀해지고 결국 연구원들이 해외로 떠나 경쟁력을 잃는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용역 위주로 만들지 않는 선에서 공공부문의 블록체인 활용 방안도 논의 중이다. 노 국장은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품을 사면 공항에서 환급을 받고 그대로 출국한다”며 “블록체인 스마트계약을 활용해 현장에서 즉시 환급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제주도에서 쓰는 돈이 늘어날 것이다. 내년 초 3~5개 면세점에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제주의 특성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 이력을 추적하는 시스템도 구축할 예정이다. 노 국장은 “배터리 모듈을 재활용하면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만들 수 있다”며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제주의 신재생 에너지용 ESS를 확대하고 타 지역으로 판매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풍력 발전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강원도도 제주도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을 활용한 ESS 구축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프라이빗 체인 중심 관 주도 블록체인 특구 조성 계획을 제주도는 퍼블릭 체인 중심 시장 주도 블록체인 특구 조성 계획을 세웠다. 아직 어떤 방식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예측하긴 어렵다. 다만 이들의 경쟁이 국내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한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길 바란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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