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일자리 선택한 브라질
'연금·공기업 개혁' 천명한 대통령 당선자
브라질 공무원은 '甲중의 甲'
55세부터 임금 100%를 연금으로
2003년 호황 때 복지 '확' 늘려
정작 경제침체 때는 못 줄여
브라질 국채 투기등급 전락
GDP의 10%가 재정적자 '경보음'
경제후퇴·부패 스캔들에 좌파심판
[ 주용석/이현일/설지연 기자 ]
“우리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포퓰리즘, 좌파 극단주의에 계속 기웃거릴 수 없다. 성장과 일자리 확충에 최선을 다하겠다.”
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을 이끌게 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당선자는 28일(현지시간) 당선 직후 이 같은 다짐을 밝혔다. 연금개혁으로 무너진 재정을 복구하고 감세와 규제 완화, 재정지출 감축 등으로 경제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세계는 그가 대선 과정에서 보인 극단적인 여성·이민자 비하, 독재 옹호 등의 행보보다 그가 무너진 경제를 일으켜 세울지에 주목하고 있다.
룰라가 만든 ‘퍼주기 연금’
보우소나루 당선자는 대선 기간 감세와 규제 완화·인프라 투자 확대, 2019년 내 연금개혁 완수, 일자리 1000만 개 창출 등 구체적인 성장공약을 제시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으론 반(反)이민과 사형제 도입, 총기소유 합법화 등을 외치는 극우 성향이지만 경제적으론 실리를 추구할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상파울루증시는 뉴욕증시 등이 폭락한 상황에서도 보우소나루의 당선이 유력해진 지난 9월 초순 이후 15% 이상 올랐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도 이달에만 달러화 대비 10%가량 뛰었다. 시장이 그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의 경제정책이 성공할지는 사실상 연금 건강보험 개혁에 달려 있다는 게 중론이다. 브라질 연금과 건강보험은 나라살림을 거덜내는,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받아왔다. 브라질은 연금에 매년 국가예산의 43%를, 건강보험에 7%를 쏟아붓고 있다. 브라질 연금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됐다. 경제 호황으로 석유와 철광석값이 올라 재정수입이 늘자 연금 혜택을 늘렸다. 남성은 55세부터 퇴직 전 임금의 70%, 여성은 50세부터 53%를 평생 연금으로 받는다. 공무원은 한술 더 떠 퇴직 전 봉급의 100%를 매달 받는다.
뉴욕타임스는 “평일 오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에 나가보면 은퇴자들이 은빛 머리를 휘날리며 여유롭게 조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마치) 브라질이 파산을 향해 달려가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세계은행(WB)은 고령화로 2030년부터는 브라질 정부 예산을 다 쏟아부어도 연금과 사회복지비를 충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연금과 건강보험 부담 때문에 교육과 인프라 투자는 뒷전이다. 여기엔 각각 3%만 들어간다. 수도 상파울루만 해도 인구는 미국 뉴욕보다 40% 많지만 지하철 길이는 5분의 1에 불과하다.
연금개혁 처리 여부 주목
국제신용등급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피치 등은 2015년 말~2016년 초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브라질 국채는 ‘정크본드’가 됐다. 브라질 통화(헤알화) 가치도 지난 2~3년간 맥을 못 췄다. 원자재 붐이 일던 2003년부터 10년간 연평균 3.8% 성장했던 브라질 경제도 2015년부터 연속 2년간 3% 넘게 마이너스 성장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연금개혁 부진 등을 이유로 올해 브라질 경제성장 전망을 2%에서 1.2%로 낮췄다.
핵심 과제인 연금개혁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원 선거에서 보우소나루가 속한 정당 출신 당선자는 전체 의석(513석)의 10% 수준인 52명에 그쳤다. 또 재선 이상에 성공한 하원의원 251명 중 연금개혁을 지지하는 의원은 108명으로 알려졌다.
영국 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은 브라질 연금개혁이 1년 안에 처리돼야 하며 새 정부가 이 시기를 놓치면 투자자들이 등을 돌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이현일/설지연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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