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대’가 대자보라는 ‘아날로그 형식’을 선택한 건 그만큼 분노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청년들은 대자보에서 “한 청년의 (구의역에서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형성된 사회적 공감대가 소수 귀족노조의 기득권 강화에 이용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판 음서제” “민노총은 적폐 끝판왕”이라는 직격탄도 날렸다. 공정사회를 만들겠다던 약속이 소수 귀족노조만을 위한 약속이었냐고 되묻기도 했다.
기성 사회와 낡은 정치에 대한 냉소도 넘친다. 한국외국어대에 걸린 대자보는 게시자를 ‘박(원순)사모 일동’이라고 조롱조로 달았다. 서울시청 등의 앞선 대자보에서 “취업하려면 민주노총 부모를 둬야 합니까”라던 질문과 궤를 같이한다. 비판을 넘어 진지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신규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만큼 독일 ‘하르츠 개혁’처럼 노동유연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대자보는 주장했다.
얼핏 과격하게 들리는 이런 목소리들은 온라인상에서의 발언에 비하면 온건한 편이다. 젊은 층이 모이는 커뮤니티에서의 비판은 높은 수위를 넘나든 지 오래다. “귀족노조까지 금수저로 만드는 게 촛불혁명이냐” “대학생, 비정규직을 앞세우더니 결국 청년들 뒤통수치느냐”는 식이다. ‘무빽무직, 유빽유직’이라는 자조 가득한 신조어도 확산되고 있다.
‘국정농단’의 주역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언급 급증은 특히 주목 대상이다. 입시비리가 처음 불거진 2014년 정씨는 “돈도 실력이다”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SNS 글로 청년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이후 ‘공정’에 대한 한국 사회의 눈높이는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진 상황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고용세습 의혹은 실체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사람보다 인맥이 먼저’인 사회가 여전하다는 울분이 날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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