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MPS 총회 참가기] "계획이 아니라 경쟁이 새질서 부른다"

입력 2018-10-29 19:25  

"45개국 자유주의자 400여명 참석
번영은 인간문제 해결 방법의 축적
'금리인상기엔 유동성 조절' 조언"

김인철 <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 >



몽펠르랭 소사이어티(Mont Pelerin Society: MPS) 2018 총회가 지난달 30일부터 6일간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라스팔마스에서 ‘경쟁, 발견 그리고 행복 추구’를 주제로 열렸다.

MPS는 1947년 프리드리히 하이에크(1974년 노벨경제학상), 밀턴 프리드먼(1976년 노벨경제학상) 등 자유주의 석학 39명이 스위스의 작은 도시 몽펠르랭에서 결성한 학회다. 이후 70여 년간 사회주의에 맞서 시장의 자유를 지켜온 MPS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를 8명이나 배출한 자유주의의 본산이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5월7~10일 MPS 창립 70주년을 기념한 서울총회가 한국경제신문사 주최로 개최됐고, 필자는 당시 MPS서울총회 공동조직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치렀다. 카나리아에서 많은 MPS 회원들이 서울총회를 기억하며 감사 인사를 다시 전해와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하이에크가 1968년에 쓴 ‘발견의 과정으로서의 경쟁’이란 글의 제목을 원용한 것이다. 하이에크는 이 글에서 정부의 계획이 아니라 자유경쟁이 새로운 질서를 불러온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은 경쟁이라는 과정을 통해 좀 더 정확한 진실을 찾을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와 시민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번 MPS 총회에서는 많은 발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3명의 발표가 중요성이나 주목도 면에서 두드러졌다. 에릭 베인하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진화론적 접근으로 경제 번영 및 자본주의의 의미를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상황이 인류에게 불리하고 어렵게 전개되더라도 인류는 자신이 개발한 기술과 능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든가 아니면 다른 동물이나 미생물처럼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베인하커 교수는 그래서 재산이란 것도 단순히 돈이나 재물의 축적이 아니라 인간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의 축적이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번영이란 이 해결책의 집합이며 이에 접근할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덧붙였다.

마크 스카우젠 미국 채프먼대 교수의 발표도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하이에크 교수가 미처 끝내지 못한 연구 중에 국내총생산(GDP)의 약점을 보완하는 ‘총생산(Gross Output : GO)’ 개념과 지표를 완성한 사람이다. 하나의 최종재화가 만들어지기 위해선 부품이나 다른 중간재의 사용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GDP에선 중복계산을 피하기 위해 중간재는 모두 제외된다. 그 결과 기업의 투자, 채용, 생산 활동을 알기가 어렵다. 미국은 기업의 활동과 채용상황을 알 수 있는 ‘GO지수’를 2014년부터 분기별로 발표하고 있다.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한국을 포함해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정책 딜레마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특히 가계부채 부담이 큰 나라에서는 금리정책에만 연연하지 말고 적절한 유동성조절 정책을 동시에 펴는 것이 바람직스럽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교수는 세계의 많은 중앙은행이 금리결정에 사용하는 ‘테일러 준칙’을 만든 당사자다.

생각해보면 ‘테일러 준칙’도 MPS와 인연이 깊다. MPS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프리드먼 교수는 말년에 시카고대를 정년퇴임하고 사계절 기후가 좋은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서 연구했는데 그때 테일러 교수에게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한다. 프리드먼 교수의 통화공급률 준칙이 ‘테일러 준칙’의 모델이 됐을 것이다. 당시의 인연으로 테일러 교수는 MPS 회원이 됐다.

올해 MPS 총회에는 45개국에서 400여 명이 참석해 자유주의, 시장자본주의, 경제성장, 고용확대, 금리정책 등에 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정보를 교류했다. 이번 총회에선 테일러 교수가 차기 MPS 회장으로 선출됐다. 필자도 10인의 MPS 집행부 비상임 이사 가운데 아시아그룹을 대표하는 이사로 선임됐다. 한국의 더 많은 학자가 MPS 총회에서 활약할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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