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정감사에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기한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 폭로 이후 교육계는 후폭풍이 휩싸였다.
30일 오전 10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회원들이 상·하의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해 '사립유치원 공공상 강화를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한유총은 회원들에게 토론회 일정을 알리며 드레스코드로 위아래 검은색 옷을 입을 것을 주문했다. 상복을 방불케 하는 복장이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이날 토론회는 자유 토론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일단 주제는 ‘유치원 회계 투명화를 위한 경리제도 도입방향’. 그러나 정부의 유치원 비리 근절 대책에 대응하는 ‘집단휴업’ 여부까지 논의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토론회는 이날 오후 4시까지로 예정되어 있지만, 정확한 종료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한유총의 반발에도 정부는 유아교육 주무부처인 교육부, 시·도 교육청, 보건복지부 외에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까지 총동원해 한유총를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 가능성에 초강경대응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이는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대책에 반발해 고개를 들고 있는 사립유치원 폐원·휴원, 원아 모집 중단 같은 집단행동을 좌시할 경우 ‘유치원 대란’이 벌어져 유아교육 전반에 걷잡을 수 없는 후유증과 충격,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훼손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이들의 학습권을 볼모로, 맞벌이 부부가 많은 학부모를 위협하는 행위로 간주해 엄정 대처하겠다는 계획이어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역시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만에 하나라도 불법적이거나 아이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울러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사립유치원 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유총이 지난 4일 국회 유치원 비리 근절 토론회에 난입해 위력을 행사하는 등 정부나 교육청 주최 토론회를 무산시키며 업무를 방해했다"면서 고발장을 제출했다.
박 의원은 한유총의 압박에 대해 "각오를 하고 시작했다. 저분들 이미 제 토론회 때도 와서 거의 난동 수준으로 하루종일 힘들게 했다. 그 이전에 교육부가 주관하는 청문회나 토론회도 그렇게 했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교육부하고 교육당국은 다 아예 그냥 기가 질려서 뒤로 물러나신 모양이다"라면서 "저보고 벌집을 건드렸다고 얘기하시던데 마찬가지로 한유총 관계자분들도 박용진에게 잘못한 것이다. 저도 끝까지 갈 생각이고 대충 물러날 생각은 없다"고 강조했다.
선출직 국회의원이 지역구에서 유치원 원장들과 날을 세우는 건 모두가 두려워하는 ‘직을 건 모험’이다.
교육 문제 중에서도 특히 사립 교육 관련된 문제는 선출직 공무원이라면 너나 할 것 없이 건드리기를 꺼리는 '뜨거운 감자'다. 그들만의 카르텔이 워낙 견고한데다 지역에서 영향력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국회의원들이 지금까지 비리를 알면서도 건드리지 못했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 의원의 지역구인 강북구는 사립유치원 수가 적은 편이다. 우리동네 유치원 정보 조회 사이트인 ‘유치원알리미’에 따르면 강북구의 사립유치원은 21곳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밑에서 다섯번째로 적다.
박 의원이 쏘아올린 '사립 유치원 비리 사태'데 대한 학부모들의 들끓는 분노가 단지 유치원 비리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데 그치지 않고 획기적인 변혁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시적인 관심에 그치거나 박 의원 혼자만의 외로운 투쟁이 된다면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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