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모든 사업을 진행하기 전에 법률 검토를 받습니다. 신규사업 100개 가운데 90개는 시작도 못했어요. 어떤 사업이든 변호사들은 불법은 아닌데 추후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내더군요. 그렇게 1년이 흘렀습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것도 못합니다."
지난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마로니에홀에서 열린 '체인파트너스 미디어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나선 표철민 대표(사진)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어려움을 이같이 털어놓았다. 가상화폐 공개(ICO) 금지 발표 후 1년 넘게 명확한 규제를 내놓지 않아 '회색지대'에 갇힌 현실을 호소한 것이다.
그는 "1년 내내 변호사들이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하다보니 결국 내가 변했다. 이제는 '불법만 아니면 다 하겠다'는 스탠스(태도)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해외 블록체인 업계에서 계속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고 기관투자자들이 유입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그래야 거래소 사업 외에도 계속 비즈니스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게 표 대표의 주장이다.
"기획한 많은 사업들 중에 얼마나 성공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체인파트너스는 한국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려는 컴퍼니 빌더이므로 계속 새로운 시도를 할 겁니다."
그는 체인파트너스가 최근 출시한 암호화폐 거래소 데이빗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채널 운영 중단 논란을 빚은 데 대해서는 사과하는 한편 극복 의지를 내비쳤다.
"도전하는 회사로서 실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실수를 개선해나갈 겁니다. (데이빗의) 기술에는 자신 있어요. 시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표 대표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 대부분은 암호화폐 월렛(지갑) 서비스를 해외 업체 비트고에 의존한다. 실질적으로 암호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드문 탓이다. 이처럼 해외 업체에 암호화폐 보관을 위탁해 입·출금이 느려지고 상장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고 봤다.
"다른 거래소들은 비트고에 연락해 지갑 만들어달라고 요청만 하면 됩니다. 저희는 지갑을 직접 만들었어요. 당장에는 암호화폐 하나 상장하는 것도 쉽지 않죠. 그럼에도 직접 지갑을 만든 것은 앞으로 대세가 될 사업인 '암호화폐 보관(Custody) 서비스' 때문입니다."
앞으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유입되면 보관 서비스 자체 제공 회사와 외국 기술을 빌려 제공하는 회사들 간 격차가 발생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그러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단계에 있다. (데이빗을) 훌륭한 거래소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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