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놈'들이 몰려온다…대형 SUV 전성시대

입력 2018-10-30 16:33  

[ 도병욱 기자 ]
한국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자동차 브랜드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소형 및 중형 SUV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이제 대형 SUV 시장에서 본격 승부를 겨룰 기세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대형 SUV는 소수의 마니아만 찾는 차량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내 및 수입 브랜드가 대형 SUV 판매에 소홀했던 이유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SUV 시장 자체가 커진 데다 넓은 실내공간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랜드로버와 포드 등 일부 수입 브랜드가 대형 SUV로 대박 행진을 이어가자 다른 브랜드도 앞다퉈 이 시장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현대차, 새 대형 SUV 승부수

현대자동차는 연말에 새 대형 SUV를 내놓을 계획이다. 차 이름은 ‘펠리세이드’가 될 전망이다. 현대차는 2015년 대형 SUV 베라크루즈를 단종시켰다. 실적 부진 때문이다. 대형 SUV 수요가 많지 않던 시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베라크루즈와는 전혀 다른 차가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근 시장 환경이 크게 달라진 만큼 기존 차량(베라크루즈)을 업그레이드하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한 신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펠리세이드는 현대차가 지난 6월 부산 국제모터쇼에서 공개한 콘셉트카 ‘HDC-2 그랜드마스터’의 디자인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기아자동차는 대형 SUV 모하비의 2019년형 모델을 내놨다. 모하비는 3.0L 6기통 디젤 엔진을 장착한 유일한 국산 대형 SUV다. 기아차는 2019년형 모하비를 내놓으면서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플랫폼을 활용한 서버형 음성인식 기술인 ‘카카오 아이’를 적용해 내비게이션 검색 편의성을 높였다. 서라운드뷰 모니터(SVM)를 활용해 주행 도중에도 차량 뒤쪽 상황을 볼 수 있다. 큰 몸집을 고려한 기능이다.

기아차는 한국에 대형 SUV의 인기가 높아지면 내년 미국 시장에 선보일 텔루라이드(가명)를 들여올 계획이다. 텔루라이드는 기아차가 2016년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서 공개한 대형 SUV 콘셉트카다. 기아차는 내년부터 텔루라이드 양산차를 미국 시장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직까지는 한국 시장에 들여올 계획이 없다고 하지만, 현대차 펠리세이드 등 대형 SUV 판매 성적에 따라 이 계획이 바뀔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국GM은 내년 트래버스를 한국에 판매할 계획이다. 트래버스는 차량 길이(전장)가 5189㎜에 달하는 8인승 대형 SUV다. 기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내놓은 대형 SUV 모델과 비교해도 차체가 큰 편이다. 지난 5월 한국GM이 소비자에게 가장 원하는 GM 차량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한국 대형 SUV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쌍용자동차는 G4렉스턴의 2019년형 모델을 내놨다. 쌍용차는 올 1~9월 G4렉스턴을 1만2415대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5% 판매량이 늘었다.

수입 대형 SUV도 줄지어 나와

BMW는 최근 SUV 라인업 중 가장 큰 X7 새 모델을 공개했다. 큰 사이즈(전장 5151㎜)와 다른 모델보다 확연히 큰 라디에이터 그릴 등이 존재감을 돋보이게 했다. BMW는 내년부터 이 모델을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MW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신차 중 하나다. 가솔린 모델 2종(50i, 40i)과 디젤 2종(30d, M50d) 등 총 4종류의 엔진 라인업이 구성됐다.

올해 한국 시장에 복귀한 아우디는 Q8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의 대형 SUV보다 크기는 약간 작지만, 남성적이고 공격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드 익스플로러와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 등 기존 수입 대형 SUV도 건재하다. 이들 모델은 모두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레저 수요가 늘어나고 있고, 국민 소득 수준이 증가하면서 대형 SUV를 찾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내년은 향후 대형 SUV 시장 판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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