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협력업체 공장엔·사무직관리자·품질검사·재고창고가 없다

입력 2018-10-30 17:25   수정 2018-11-01 09:11

엔진 꺼지는 한국 車산업
(5) 해외와 격차 벌어지는 부품 경쟁력

日 도요타 협력社의 '3無경영'

미즈노철공소·미후네 공장
현장서 잔뼈 굵은 조·반장이
생산 관리·작업자 교육 전담
작업자가 스스로 품질 책임져

팔릴 것만 생산해 재고 적어
25~30일치 재고 쌓아두는
현대차 협력업체와 '대조적'



[ 심성미 기자 ]
한국 자동차산업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일본은 분위기가 다르다. 도요타는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이다. 도요타는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등 잇단 악재를 극복하고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 비결에 대해 도요타에서 42년 근무한 오자와 게이스케 도요타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좋은 품질이 받쳐준 덕에 원가 절감이 가능했다”고 했다.

도요타가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혁신한 덕이지만 또 다른 비결이 있다. 강력한 부품업체들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불량률을 기록하는 협력업체들은 일본 자동차산업 경쟁력의 강력한 인프라가 되고 있다. 완성차업체에 의존해 양적 경쟁에만 집중해온 국내 부품사들과는 다르다. 국내 부품사 대표들과 함께 도요타 협력사를 찾아 경쟁력의 비결을 살펴봤다.

◆현장은 현장을 아는 사람에게

도요타 협력업체의 불량률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 1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1차 협력사 미즈노철공소의 지난 8월 한 달간 평균 불량률은 0.022ppm(1ppm=0.0001%)이었다. 2차 협력사 미후네가 지난해 납품한 9310만 개 부품 중 불량 판정을 받은 제품은 48개에 그쳤다. 불량률이 2000ppm을 웃도는 곳도 있는 현대자동차 1차 협력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지난주 방문한 일본 나고야시의 미즈노철공소와 도요타시의 미후네 공장에서 이런 품질력을 가능하게 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두 공장 모두 △대학 출신 사무직 관리자 △품질 검수 과정 △거대한 재고창고 등 세 가지가 없었다.

절삭·가공업체 미즈노철공소에 들어서자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관리보드가 눈에 띄었다. ‘조장의 목표와 관리 항목’이라는 제목 밑엔 ‘안전재해 목표 0건, 납입불량 1건 이하, 올해 원가 절감 목표액 1680만엔’ 같은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절삭제조부 조장인 호리에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10년 이상 일한 반장과 18년 이상 일한 조장이 책임진다”고 말했다.

도요타 생산 방식의 핵심은 조·반장시스템이라고 한다. 수십 년 현장 노하우를 갖춘 이들은 공정별 작업표준서 작성, 생산 목표 관리, 불량률 등을 모두 책임진다. 공장 전반을 대졸 사무직 관리자가 관리하고, 현장 직원만큼 관리자가 많아 공장에 대규모 사무실이 붙어 있는 한국 부품공장과는 다르다. 류 마사노리 미즈노철공소 사장은 사무직 직원을 공장 관리자로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공장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현장에서 가장 오래 일한 조·반장이라는 믿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조·반장의 중요 업무 중 하나는 작업자 교육이다. ‘물건을 만드는 건 곧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는 게 미즈노철공소의 철학이다. 후배 작업자와 1 대 1로 붙어 세세한 작업 노하우를 전수한다. 호리에 조장은 “조장의 임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작업자 한 사람 한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품질검수 별도 과정 없다

미즈노철공소와 미후네 공장엔 완성품의 불량 여부를 최종 검사하는 품질 검사 공정도 없다. 류 사장은 “별도 검사자는 한 명도 없지만 각 공정에서 본인이 작업한 제품을 스스로 검사해 다음 공정으로 넘겨 생산자가 품질을 책임지는 방식으로 관리한다”고 설명했다. ‘생산만 하면 품질은 검사자가 책임질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잡을 공간을 없앴다. 생산된 제품 중 불량품이 발생하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생산을 중단한다. 미후네 관계자는 “도요타 품질 관리의 원칙은 ‘불량품을 다음 공정으로 보내지 않고, 내 공정으로 받지도 않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완성차업체의 원칙을 협력업체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미후네 공장 맨 끝에는 그날 생산한 제품을 고객사로 보내기 위한 작은 출하장만 있다. 재고창고는 없다. 미후네 관계자는 “현재 재고는 약 5.5일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협력업체들은 25~30일치 재고를 쌓아둔다.

재고를 적게 가져갈 수 있는 배경은 도요타가 3개월 전 생산 계획을 확정해주기 때문이다. 한 달 전 생산 계획이 바뀌지 않을 확률은 99%, 두세 달 전 바뀌지 않을 확률은 80%다. 공정 내부에선 ‘간판 시스템’을 사용한다. 간판이라 부르는 손바닥 크기의 스티커에는 생산해야 할 제품 이름과 그림, 생산해야 할 양, 납품회사 이름이 적혀 있다. 생산 단위는 최대한 작게 나눈다. A사에 500개를 납품해야 한다면 50개가 적힌 간판 10개를 사용하는 식이다. 미후네 관계자는 “한국처럼 정확한 생산 지시 없이 하루 종일 생산한 제품을 일단 거대한 상자에 담는 식으로는 재고를 완벽하게 관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나고야·도요타=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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