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나타냄의 계절이다. 왕성했던 생명들이 동면과 휴식으로 들어가는 가을에는 자연이 숨겨진 자신을 드러낸다. 여름까지만 해도 산이며 골짜기며 온 세상이 푸르렀는데 어느새 나무와 풀들은 자기만의 색으로 온 산을 아름답게 물들인다.
30년 다닌 직장을 나오던 몇 년 전, 그해 가을 단풍 색깔은 유난히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그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단풍색은 무엇일까? 나무들처럼 색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나에겐 분명히 색깔이 있을 것이다. 창조주가 나를 세상의 유일무이한 존재로 만들었을 때 심어놓은 남과 다른 그 무엇, 오직 나만이 갖고 있는 나의 색깔, 나의 스타일.
산속의 나무가 수없이 많아도 똑같이 생긴 나무는 하나도 없다. 같은 소나무, 같은 참나무일지라도 저마다 다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똑같이 생긴 사람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고 보면 창조주는 참 대단하다. 눈과 코, 입이라는 조합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까.
우리 모두는 각자가 신의 창조물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남과 비교해선 안된다.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행복할 수 없다. 있는 그대로 감사할 뿐이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좋다. 높으면 높아서, 낮으면 낮아서 좋다. 높으면 멀리 보여서 좋은 대신 정상에는 생명이 없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르고, 물이 고여 호수가 되고 생명들이 자란다.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기업들은 인사철로 접어든다. 올해엔 기업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내년 경기도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해 다가올 인사가 더없이 매서울 수 있다. 직장에선 수군수군 인사만큼 재미있는 이야기가 없다. 특히 임원들에겐 늦가을 서리만큼이나 무서울 때다. 엊그제 만난 기업에 있는 친구도 막바지 실적 한 건으로 승부를 건다고 했다. 살아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다. 인생은 언제까지 여름일 수는 없다. 때가 되면 다른 계절이 반드시 다가오듯이 누구에게나 인생의 가을은 찾아온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남들에게 자신이 아무리 초라하게 보여도 나만의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자기만의 단풍 색깔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런 사람들이 많으면 세상도 울긋불긋 아름답다. 단풍처럼 살고 낙엽처럼 떨어지는 인생은 아름답고 보기도 좋다. 겨울이 오기 전에 자신의 색깔을 생각해보자. “당신의 단풍은 무슨 색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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