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랩스와 손잡은 휴먼스케이프, 블록체인으로 병원 밖 건강 정보도 '안심거래'

입력 2018-10-31 10:55   수정 2018-11-01 16:14

케어랩스 등이 35억원 투자...건강정보 사업 공동추진
미국 '페이션츠라이크미'에서 영감 얻어



블록체인 기술로 난치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있다. 의료 서비스용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휴먼스케이프다. 이 회사는 최근 헬스케어 기업 케어랩스로부터 35억원의 자금을 수혈받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건강정보 네트워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블록체인이 어떻게 난치병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장민후 휴먼스케이프 대표는 지난주 서울 삼성동 구글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나 “희귀 질환을 앓는 환자들에겐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며 “환자들의 건강 정보를 모아 제약사와 투명하고 안전하게 연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휴먼스케이프는 난치병과 중증질환을 가진 환자의 건강 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의료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환자들의 커뮤니티에서 생성된 복약 주기, 복약량, 증상 등의 정보를 데이터로 가공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제약사, 연구기관에게 제공한다. 환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건강 데이터를 투명하게 거래할 수 있고 일정량의 보상도 받을 수 있다.

이 회사가 난치병 환자 커뮤니티에 주목한 이유는 병원에서는 얻지 못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증질병 환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페이션츠라이크미(ParentsLikeMe)’가 대표적인 사례다.

페이션츠라이크미에는 50만 명 이상의 중증 질병 환자들이 모여 있다. 환자들은 투병일지를 자발적으로 이 플랫폼에 기록하는데, 이 데이터를 개별 약을 기준으로 정리하면 실제 환자에게 나타나는 부작용을 파악할 수 있는 의료 빅데이터가 된다. 사노피, 머크, 제넨텍 등 제약사는 물론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신약 부작용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페이션츠라이크미와 계약을 맺었다.



장 대표는 “한국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해 도전하기로 결심했다”며 “페이션츠라이크미와 같은 모델에 블록체인 기술을 더해 신뢰성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생 기업에 자신의 건강 정보를 선뜻 제공할 환자는 드물다. 장 대표도 환자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놨다. 난치병 환자들을 만나야 하는 만큼 부담도 컸다고 말했다.

“저희는 지난 6월 실명퇴치운동본부와 함께 희귀 안질환 환자들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 이후에도 여러 환우회들과 협약을 체결하려 하는데 ‘사업에만 너무 치중한 것 같다’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환자들은 절박한데도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충고였죠. 그래서 환자들과의 협약은 되도록 비밀을 유지하려 합니다.”



휴먼스케이프는 아직 신생 기업이지만 의료 서비스용 SW분야에서 5년 동안 착실한 경력을 쌓았다. 초기 임산부들을 위한 달력 서비스부터 시작해 성형외과 견적 서비스, 모바일 환자 관리 서비스 등을 시도했다. 이 중 환자 관리 서비스인 ‘헬렌’은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도 도입할 정도로 평판이 높았다. 그러나 사업의 확장성이 부족해 네 번째 사업으로 현재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선택하게 됐다. 장 대표는 “지금은 블록체인 사업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실리콘밸리처럼 데이터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했다.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사업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이달 초 케어랩스와 사모펀드 등으로부터 35억 원을 투자받았다. 같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케어랩스와 건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장 대표는 “블록체인을 활용한 실증사업을 여러 각도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내년에는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오픈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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