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은 한 때 그를 ‘천하장사’라고 불렀다. 또 다른 시기엔 ‘로코퀸’이라 불렀다. 배우 윤은혜의 이야기다.
10대 시절 베이비복스로 데뷔한 윤은혜는 각종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친숙한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드라마 ‘궁’, ‘커피프린스 1호점’, ‘아가씨를 부탁해’ 등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배우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인기도 사건 하나로, 잘못된 대처 하나로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그는 2013년 방영된 드라마 '미래의 선택' 이후 중국 활동에 집중해 왔다. 윤은혜는 중국 동방위성TV 디자인 서바이벌 프로그램 '여신의 패션 시즌2'에 출연하며 ‘한류’ 열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방송에서 한국 디자이너의 작품과 흡사한 의상을 선보여 표절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윤은혜 측은 표절 논란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논란 100일만에 공식 석상 등장한 윤은혜는 주어, 목적어가 없는 아리송한 사과 방식으로 한동안 국내 브라운관에서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 윤은혜가 안방극장에 돌아온다. 가장 잘 어울리고, 잘 해왔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통해서다. MBN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를 통해 ‘로코퀸’ 탈환을 노리고 있다.
◆ 윤은혜 "사과 많이 부족, 기회 놓치지 않을 것"
‘설렘주의보'는 사랑을 믿지 않는 스타닥터 차우현(천정명 분)과 알고 보면 연애 바보인 톱스타 윤유정(윤은혜 분)의 위장 로맨스를 그린다. 작품에서 윤은혜는 데뷔 후 쭉 ‘국민 첫사랑’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롱런 스타 윤유정 역을 연기한다.
31일 열린 ‘설렘주의보’ 제작발표회에서 윤은혜는 먼저 사과를 했다. 그는 “3년 전 기회가 있어 공식석상에서 사과를 드렸는데 많이 부족했다”면서 “이 자리를 통해 대중들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의 작품인데, 앞서 실망하신 점들 때문에 스스로 떨리는 부분이 있다. 배우와 제작진에 누를 끼칠까 봐 걱정이 됐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윤은혜는 긴 고민의 시간 끝에 ‘설렘주의보’에 출연을 확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로맨틱 코미디 '설렘주의보'에 출연하게 됐고, 기회를 놓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로맨틱 코미디로 재미를 봤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윤은혜는 “3년이 지나 저도 나이가 좀 더 들었고, 그때보다 성숙해진 면도 있기 때문에 표현 방법이 다를 것 같다”면서 “과거에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기 위한 강박이 있었다면 이제는 좀 더 내추럴해졌다”고 설명했다.
유사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지 않냐는 질문에 윤은혜는 “오랜만에 나와서 소비가 되어야 할 거 같다”면서 “사실 처음엔 내가 대본을 외울 수 있을까? 이런 표현은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도 했다. 아주 작은 것 하나도 긴장이 되는 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5년 만에 몸을 담그게 된 드라마 촬영 현장은 ‘설렘’의 연속이었다. 그는 “선물 같은 시간”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설렘주의보’는 여자 톱스타와 남자 의사의 연애담을 그려 현재 방영 중인 JTBC ‘뷰티 인사이드’와 비교가 불가피 하게 됐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배우 서현진이 톱스타 한세계 역을 맡아 열연 중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은혜는 “’설렘주의보’는 사전제작이라 작품을 고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런 소재를 다룬 드라마, 작품이 많이 나왔고, 솔직히 모니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연기를 너무 잘하시고 재밌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비슷한 부분이 있기에 긴장하고 예민해지기는 한다. 하지만 모니터링을 하면서 다른 부분을 발견했고, 윤유정이란 캐릭터는 친구, 동료, 대중 앞에서 상반된 성격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색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비슷한 소재여도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스타 윤은혜와 극중 윤유정의 모습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윤은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무래도 연기하다보니 제 실제 모습을 많이 녹이기도 한다. 하지만 유정이 더 매력적이다. 솔직하고 도전적인 점이 좋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 윤은혜X천정명, 내추럴 로코 연기를 기대해
윤은혜와 로맨스 호흡을 맞추게 될 천정명도 한때 ‘로코킹’인 시절이 있었다. 그는 '굿바이 솔로', 여우야 뭐하니', '신데렐라 언니', '영광의 재인'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여심을 자극한 바 있다.
그는 이날 "작품 선택 계기는 대본 보면서 새로운 것을 찾고 시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설렘주의보'를 통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포부를 전했다. 또 “사전제작이라 2~3개월 가량 촬영을 먼저 시작했다. 오랜만에 작품을 해서 설레이고 개인적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극복하고 재밌게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천정명은 극중 아이돌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 닥터로 톱스타 윤유정(윤은혜)와의 로맨스 라인을 만들어 간다. 그는 윤은혜와 호흡에 대해 "전혀 트러블 없이 잘 맞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도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이라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 연기적인 부분에서 원하는 것들을 서로 맞춰주고 받아준다. 불편하지 않게 들어주는 편이다. 준비해 온 게 있으면 상대에게 맞춰간다. 윤은혜는 생각한 것 이상으로 준비가 철저한 스타일이다”라고 칭찬했다.
윤은혜는 "천정명을 촬영에서 만난 것은 처음인데 굉장히 솔직하면서 배려있다. 자신의 망가진 모습을 보여줄 때 조심스러워 지지 않나. 그런데 서핑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연기인지 실제인지 모를 정도로 제가 다칠까 봐 배려해주더라. 믿고 가도 되겠다 싶었다"고 화답했다.
연출을 맡은 조창완 감독은 “윤은혜, 천정명 캐스팅에 관여하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보다 이 역할에 잘 맞는 것 같다”면서 “윤은혜는 몸을 던져 연기했고, 천정명은 디테일한 연기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 한고은부터 블락비 피오까지…소소한 재미 多 '비교 불가'
드라마에는 현재 ‘동상이몽2’에 출연 중인 한고은과 ‘신서유기5’에 출연 중인 블락비 피오가 각각 유정의 소속사 대표, 유정의 아들 같은 동생 유준 역을 연기한다. 모델 출신 주우재는 유정의 베스트 프렌드 성훈을, 이혜란은 연애 전문 기자 주민아 역을 맡아 극의 재미를 더할 예정이다.
한고은은 "'동상이몽' 하면서 제 이미지가 산산조각났다"라면서 "그래도 시청자들이 그 이미지를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심려 안겨 드릴까봐 걱정했는데 많이 감싸주시는 것 같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캐릭터에 대해 "시크하고 도도하고 항상 했던, 여러분들이 친밀한 캐릭터가 맞다. 예전과 다른게 있다면 유일하게 멜로가 없다"고 설명했다.
윤은혜와 호흡에 대해 "살면서 처음 봤다.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인데 적극적으로 많이 다가와줘서 정말 언니, 엄마처럼 윤은혜를 바라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피오는 "피오라는 아이가 본명이 표지훈이고 연기를 하는구나하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방면으로 활동 중인 그는 가장 어려운 분야가 뭐냐는 질문에 "다 어려운 것 같지만 연기가 제일 무섭다. 예능은 호감이면 좋아해주시는데 연기는 정말 노력해 공부하고 해야 호감을 얻을 수 있는것 같고 인정해주는 것 같다. 더 열심히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우재는 짝사랑남 캐릭터에 대해 "순애보적인 인물이라 자연스럽게 잘 표현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선배들이 같이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해주셔서 잘 녹아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 중 짝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보신 분들이라면 일부는 오히려 유정-성훈을 응원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갖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의 연출 포인트로 조창완 감독은 "시청자 눈높이에 맞춰 앵글을 잡으려고 노력 중이다. 전지적 시점으로 보여주기보다 시청자가 어떤 장면을 어느 시선으로 볼 수 있으면 가장 잘 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까지 로코 중 최고가 많은데 뛰어넘기 위해 노력은 하겠지만 그만큼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위장연애로 시작하는 커플이 만나고 헤어짐을 통해 성장하고 설레이고 사랑에 도달하는 이야기들이 많아서 큰 로코와 비교하기보다 소소하게 재밌게 1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설렘주의보'는 31일 수요일 밤 11시 첫 방송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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