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구조조정 터널 속으로
車 산업의 미래,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까
'골든타임' 지나가는데…
10년前 생산능력 무섭게 키웠던 현대·기아차
中공장 가동률 60%…결국 생산 줄여야 수익
'고비용 저효율' 구조 해결 못하면 백약이 무효
삼성·현대차 손잡고 미래차 개발 주도권 쥐어야
정부가 나서 영세 부품사 통폐합 유도 '절실'
부품사도 지원금 받아 '연명' 말고 혁신 나서야
[ 장창민/박종관 기자 ]
한국 자동차산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는 ‘실적 쇼크’에 빠졌고, 부품사들은 ‘줄도산’ 위기에 내몰렸다. 완성차업체들은 지난해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이어 올 들어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까지 겪으며 2년 가까이 고전했다. 그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완성차업체의 판매 부진이 부품회사의 영업이익 급감으로 연결되고, 자금난에 빠진 기업이 늘면서 자동차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이 약화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능력 과잉’의 덫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 및 부품산업의 생태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사 단체인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의 신달석 이사장(디엠씨 회장)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10년 전 수준으로 뒷걸음질 치고 있다”며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면 내년 상반기 자동차 전후방산업에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생산능력 과잉 구조’를 해소해야만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부터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왔다. 현재 연간 908만 대에 달한다. 내년 기아차 인도공장까지 가동하면 940만 대 체제가 된다. 하지만 올해 글로벌 판매량은 750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150만~200만 대의 ‘과잉 생산능력’을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2011년 466만 대였던 국내 자동차 생산량(완성차 5개사)도 올해 400만 대를 밑돌 전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기아차는 중국과 한국의 생산물량을 줄이는 쪽으로 사업 구조조정을 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며 “노사합의를 통해 대승적 결단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기존 몸집을 줄이는 대신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다른 시장에서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과 현대차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부 부처 고위 관료는 “친환경차와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국내 부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삼성과 현대차의 ‘전략적 제휴’가 절실하다”고 했다. 삼성과 현대차가 손을 맞잡을 수 있는 분야는 전기차용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엔터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등 다양하다. 업계에선 배터리를 첫손에 꼽는다. 현대차그룹은 ‘공급 부족’ 상태인 전기차용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삼성SDI는 세계 5위 자동차 메이커에 투입될 대규모 물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업계, 현대차 의존 관행 깨야”
말라죽기 직전인 자동차 부품사 8000여 곳에 대해선 정부 주도의 ‘선별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살릴 업체는 살리고, 생존이 어려운 업체는 과감하게 통폐합을 유도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나서서 부품 품목별 경쟁력을 평가한 뒤 상위 업체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고, 경쟁력이 없는 영세업체는 통폐합하는 쪽으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기회에 연명을 위한 단순 금융지원을 넘어 생존 기반을 닦을 수 있는 장기적 밑그림도 함께 그려야 한다”고 했다.
부품사들이 스스로 혁신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품사들이 현대차에만 의존하는 관행을 스스로 깨야 한다”며 “경쟁력을 키워 해외 판매처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구개발(R&D) 지원 자금을 받아 이자나 인건비 등으로 써버리며 연명하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노사 대타협을 통해 자동차업계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해소하지 못하면 ‘백약이 무효’란 진단을 내놨다.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노조도 이제 회사의 생존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임단협 주기라도 선진국처럼 3~4년으로 늘려 소모적인 갈등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업계의 과도한 인건비를 낮추고 생산 효율성을 끌어올려야 생존이 가능하다”며 “노동개혁이 이뤄지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했다.
장창민/박종관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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