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인공지능과 함께 일할 인재 뽑아라

입력 2018-11-01 16:03   수정 2018-11-05 11:32

Let"s Study
HR전략 (1) 왜 사람인가

최고의 IT·SW 기술 가진
직원 1명의 영향력 막대
회사의 운명 좌우할 뿐 아니라
최종 제품에 엄청난 영향력




4차 산업혁명이 산업 지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완전히 새로운 기술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들이 출현하면서 기존 기업들은 새로운 경쟁 환경에 놓이게 됐다.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이 확보해야 하는 최고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다. 우리는 왜 인재 선발에 관련된 모든 것을 다시 짚어봐야 하는가. 최고 인재를 외치는 글로벌 플레이어들은 오늘날 어떤 인재 채용 전략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네 가지 점에서 짚었다.

첫 번째, 우리는 로봇·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모든 정보가 연결되고, 대량의 정보를 인공지능이 이해해 사람이 보지 못하는 인사이트를 제시해주는 시대가 왔다. 기술이 끊임없이 발전하고, 기업은 디지털화 속도를 내고 있다. 모든 사물이 똑똑해지고 영리해지는 환경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고 있다. 인간이 해오던 단순한 업무를 로봇이 대체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인간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로봇은 로봇 업무의 영역으로 양분되는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채용하는 사람들은 로봇·인공지능과 협업하는 세대가 될 것이다.

기업은 로봇·인공지능과 협업을 훌륭하게 수행해 낼 인재를 선발할 기준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중심으로 단순 서비스 업무를 챗봇으로 대체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프로세스 안내나 진행, 콜센터 등의 업무분야도 상당 부분 인공지능이 파고들고 있고, 임원 비서도 집에서 사용하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한 대씩 놓고 있다.

이를 편하게 받아들이고 거리낌 없이 챗봇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우리는 어떤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가. 이런 과도기를 주도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과 그 역량은 무엇인가. 일부 기업은 선발 과정 중 챗봇 또는 로봇과 함께 일하는 역량을 진단하는 툴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인재는

두 번째, 개인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생산성의 한계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직원 한명이 만들어내는 효과성, 즉 최종 제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극대화되고 있다. 포드가 모델 T라는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던 시대를 생각해 보면, 직원 한 명을 교체한다고 최종 생산품인 자동차의 질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 지금은 직원 한 명이 회사의 운명을 결정할 뿐 아니라 최종 제품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을 개발해 전 지구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꿨다. 세계 최대 택시 회사로 불리는 우버나 세계 최대 숙박 회사가 된 에어비앤비는 그저 앱과 웹사이트를 만들었을 뿐이다. 에어비앤비가 웹사이트를 여는 동안 내로라 하는 호텔 체인들이 그들을 거들떠나 봤겠는가. 천재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우리의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 일은 비일비재할 뿐 아니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소셜에 모든 미디어가 결집해 있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일단 소비자 마음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성공의 속도 역시 빠르다. 최고 기술을 가진 훌륭한 인재를 뽑아 그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해주면 그 효과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세 번째로는 우리가 채용하는 고객들이 바뀌었다. 채용하는 사람들의 행동 특성이 완전히 바뀌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조직이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함께 생활하던 사람들이 보이는 행동 특성과는 다른 새로운 인류가 조직에 흡수돼 성장 가도를 걷고 있다. 행동 특성은 선호에 차이도 포함하는데, 새로운 세대들이 좋아하고 가치를 두는 사항들이 기존 세대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워라밸이 대세가 된 오늘날, 높은 월급 대신 자기 시간을 부르짖는 신세대는 어디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국내 기업에도 상당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워라밸 트렌드와 주 52시간 법제 변경이 맞물려 이미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고, 해외 근무 선호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글로벌 모빌리티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회사도 많아졌다.

인재 한 사람의 영향력 극대화돼

비정규직 이슈가 한창이지만, 최고 기술을 가진 인재들이 현재의 기업 고용 조건을 선호하지 않기도 한다. 완전히 새로운 계약 방식(주 3일제, 100% 재택근무 등)을 원하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은 대부분 시장에서 ‘핫한’ 기술을 가지고 기업의 러브콜을 받는다. 이런 새로운 행동 특성의 중심에 있는 밀레니얼 세대와 협업하는 과제는 지난 10여 년간 수도 없이 다뤄진 주제다. 다만 지금까지 ‘밀레니얼을 어떻게 관리하면 좋을까’가 주된 논의 사항이었다면, 지금부터는 밀레니얼들이 보여주는 리더십 행동에도 세심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밀레니얼이 조직의 리더 계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판이한 리더십 행동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인재 전쟁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 IT 공룡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글로벌 헬프 데스크(지원 센터)에 한국인 전담 데스크를 신설 중이다. 한국의 IT 인재들을 데려가기 위해서다.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한국인 엔지니어를 채용하기 위해 그와 직접 전화 통화를 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그 후 엄청난 한국인 개발 인력들이 실리콘밸리에 진출하고 있다. 영어를 잘 못 해도, 현지 환경을 몰라도 좋다고 설명한다. 헬프 데스크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이 언어 장벽으로 누려왔던 경쟁 우위는 점점 해소될 것이다.

인재의 중요성을 말하는 CEO는 많지만 인재를 선발하는 현장에서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만들고 있는가. 로봇과 친구가 되고, 본인의 아이디어로 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꿔나갈 글로벌 인재를 맞이할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현수 < 로레알코리아 인사팀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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