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트럼프의 '글로벌 룰' 공격은 정당하다

입력 2018-11-01 16:29   수정 2018-11-01 16:30

그레이그 입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美에 불리한 국제우편 조약 활용
中 전자상거래 업체들 시장 장악

對중국 문제에 무능한 WTO
왜곡된 무역 바로잡는 데 실패

트럼프式 접근법 논란은 있지만
세계가 美의 요구 경청하기 시작
이젠 미국도 호혜적 반응 보여야



[ 박수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월 중순 또 하나의 글로벌 룰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우편과 관련된 국제조약이 미국에 불리하게 정해져 있다며 조약 탈퇴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룰을 해체하거나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마다 곳곳에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 글로벌 체제를 구성하는 많은 조약과 시스템이 미국에 불리하게 돼 있거나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만국우편연합(UPU)이 그런 완벽한 사례다.

1874년 설립된 이 기구는 국가 간 우편물 배송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관할하는 국제기구다. 처음 해외 우편배달 서비스는 무료였다. 그러다 1969년부터 회원국들이 ‘터미널 요금(terminal dues)’ 도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터미널 요금은 우편 발송국 우체국이 상대국에 지급하는 우편배달 비용이다. 선진국들은 재정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위해 실제 비용보다 싸게 터미널 요금을 받고 있다.

터미널 요금은 중국이 세계적인 물품 공급처로 부상하면서 현안으로 부각됐다. UPU는 중국을 개발도상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국은 다른 개발도상국에 준해 중국으로부터 배달 비용을 싸게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미국 인터넷 쇼핑몰보다 중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더 싼값에 제품을 살 수 있다. 2012년부터 중국에서 미국으로 소형 우편물이 쏟아져 들어온 배경이다.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2013년 이후 해외 우편물이 이전 같은 기간보다 66% 늘었다는 통계가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우정국은 2016년 한 해 동안 해외에서 들어온 우편물을 싼값으로 배달해주고 발생한 손실(약 1억3500만달러)만큼을 내국인에게 부담시켰다. 미국 내 배송업체들은 인위적으로 책정된 배달료 때문에 중국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제품 판매 사이트인 라디오색에서 배송료를 포함해 20.94달러에 판매하는 전기납땜기를 중국 상거래사이트 DH게이트에서는 배송료 없이 17.53달러에 팔고 있다.

중국이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기업인들은 거부할 수 없는 이런 이점을 찾아내 활용하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이런 불평등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수년째 노력해왔다. 그러나 192개국이 가입한 거대한 기구 안에서 목소리를 관철시키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16년에야 UPU는 터미널 요금을 올리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낮은 요금’에서 ‘덜 낮은 요금’으로 시늉만 내는 정도였다는 게 미국 우정국 관계자의 설명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UPU 탈퇴라는 강수를 꺼내들었다. 미국의 UPU 탈퇴는 1년 내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미국은 그 시점에 해외 우편물에 적용할 자체 요금체계를 발표할 것이다. 미국은 그런 일이 발생하기 전에 UPU 내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되길 바라고 있다.

UPU는 반드시 개선돼야 할 글로벌 시스템의 한 예일 뿐이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적인 공조나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감안해 이런 문제들을 애써 못 본 척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바꾸고 싶어한다.

미국 철강업체들은 그동안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기인한 글로벌 과잉 공급으로 큰 고통을 받아왔다. 중국은 현재 글로벌 철강 생산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주요국은 2016년 과잉생산 문제를 풀기 위해 별도의 포럼을 만들었다. 그러나 포럼 활동은 별반 성과를 내지 못했다. 스콧 폴 미국제조연맹 회장은 “중국은 구체적으로 행동을 취해야 하는 구속력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지 않는 한 모든 국제적 대화에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도 부서진 글로벌 시스템 중 하나다. 1994년 협정 체결 이후 자동차업체들은 부품 원산지 규정의 빈 틈을 이용해 수많은 부품을 역외에서 들여와 멕시코산 자동차에 사용했다. 미국이 최근 멕시코 캐나다와 맺은 새로운 협정은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응에서 완벽하게 무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WTO가 중국의 왜곡되고 차별적인 무역 행위를 바로잡는 데 실패했다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미국은 WTO 분쟁해결기구 상임위원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분쟁해결기구는 기능이 정지돼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접근법이 미국에 해가 되는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동맹국들에 관세를 부과하는 식으로 미국의 동맹 체계를 흔들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접근법은 최소한 다른 나라들이 미국 주장의 정당성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도록 하는 긍정적 효과를 낳고 있다. 얼마 전 UPU는 미국의 주장을 받아들여 미국이 연합을 탈퇴하지 않도록 어떤 조치가 가능한지 연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은 WTO에 대한 전면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그러나 미국의 요구를 그들이 경청하기 시작한 만큼 미국도 호혜적으로 반응해야 할 것이다.

원제=Send Word: Trump is Right to Fight Some Global Rules

정리=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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