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인구절벽·사회 양극화 대응
복지·일자리 예산 확대 필요"
한국당 "선심성 예산 안된다"
현미경 검증으로 삭감 태세
벌써 '지역 예산 챙기기' 경쟁
호남 의원들 'KTX 직선화' 모임
한국당 "TK 예산 되레 줄었다"
[ 박종필 기자 ]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의 핵심은 ‘확장 재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09년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전년보다 9.7% 증액된 470조5000억원 규모의 나라 살림을 확정짓는 안을 두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포용적 성장국가로의 진입을 강조하며 복지와 고용예산 증액을 요구했지만 야당은 “선심성 예산”이라며 대대적인 삭감을 감행할 태세다.
◆‘현미경 심사’ 벼르는 야당
1일 문재인 대통령의 정부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국회에선 격론이 시작됐다.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주관 전문가 초청 공청회와 국회 싱크탱크인 예산정책처 주최 예산안 토론회가 잇따라 열렸다. 주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에 따른 재정건전성 △일자리·복지예산 편성의 적절성 △남북협력기금 편성 등 세 가지 부문에서 여야 견해가 극명하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조정식 의원은 예산정책처 주최 토론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중점 사항은 복지와 고용”이라며 “‘인구절벽’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사회 양극화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당장의 문제인 만큼 총력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대적인 삭감을 예고했다. 김성태 한국당원내대표는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을 편성하면서 국민 혈세 지출에 대한 걱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결위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예산정책처 토론회에 나와 “북한에 지원할 철도·도로 시설 등의 총공사비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공무원 증원, 일자리안정자금 등 일자리 관련 예산, 효과가 없는 예산을 대상으로 현미경 심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내년도 예산안 100대 문제사업 항목’ 자료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했다. 국회 심의 결과 불복예산(국회심의 시 삭감사업 부활), 일자리정책 실패 땜질용·통계용 분식 일자리, 이미 시작한 사업인데도 신규 사업으로 둔갑한 사례, 국가재정법상 요구액보다 증액 편성한 예산, 국민 세금으로 각종 위원회·추진단이 남발한 예산, 비핵화 없는 일방적인 북한 퍼주기 사업 등 여섯 가지를 정부 예산안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았다.
여야 대립을 의식해 대체로 중립적인 의견을 낸 예산정책처조차 남북 경협 예산에서만큼은 날을 세웠다. 예산정책처는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 운영사업 일부를 비공개로 하고 있다”며 “국회의 효율적인 예산 심의를 위해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호남 지역대결, ‘예산 홀대론’
매년 그렇듯 지역구 챙기기 차원의 예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전통적으로 매년 ‘예산홀대론’을 외쳤던 호남 의원뿐 아니라 대구·경북(TK) 의원들마저 ‘홀대론’에 가세하는 모양새다.
TK 지역은 홍의락 의원(대구 북을)과 행정안전부 장관을 겸하고 있는 김부겸 의원(대구 수성갑)을 제외하고 모두 야당 의원으로 채워져 있다. 이 때문에 정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역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한국당 소속 TK 지역구 의원 20명은 전날 국회에서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지사 등과 함께 대구·경북 발전협의회를 열어 대응책을 모색했다. 주호영 의원은 “‘슈퍼 예산’인데도 대구·경북 예산은 늘기는커녕 줄었다”고 지적했다.
호남 의원들은 TK 지역 의원 움직임에 조직적으로 맞서고 있다. 호남 의원들은 세종시를 경유하는 ‘호남선 KTX 직선화 추진 의원 모임’을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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