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국가가 국민의 전 생애를 책임지겠다”며 사회 안전망과 복지 안에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과감한 ‘복지 드라이브’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런 구상은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유럽의 복지국가, 특히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을 연상시킨다.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고 함께 공존하자”는 생각에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포용 국가’의 꿈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소 실망스럽다.
문 대통령이 ‘중부담 중복지’인 현재 우리의 복지체계를 노르딕 모델의 ‘고부담, 고복지’로 전환하겠다는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세수 흑자가 해마다 20조원가량 난다”며 이를 재원으로 복지를 확충하겠다는 단편적 구상만을 밝혔을 뿐이다. 포용 국가가 단순한 ‘정치 슬로건’에 그치지 않으려면 경제정책의 큰 틀부터 수정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유럽 복지국가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경제적 자유’에 있기 때문이다.
기업 활력을 북돋우는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끌어내고 복지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유럽 복지국가들의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대표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이 그렇다. 스웨덴은 복지국가이기 이전에 ‘자유시장경제 국가’다. 영리병원이 허용되고 ‘스웨덴의 삼성’ 발렌베리 가문에는 차등의결권도 허용된다. 한국에서는 최대 65%까지 물어야 하는 상속세가 없는 데서도 높은 경제적 자유도가 확인된다.
반면 ‘큰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는 자유로운 기업 활동보다는 규제와 간섭의 불가피성을 강조해 왔다. 많은 기업이 투자를 신경 쓰기보다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에 더 시간을 뺏기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다락처럼 오른 최저임금과 너무 엄격한 주 52시간 근로제도 도입으로 활력이 추락하고 있다.
북유럽국가들이 ‘고부담, 고복지’가 가능했던 것은 민간의 자율을 통해 경제에 활력이 넘쳤고 이것이 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웠기 때문이었다. 높은 세금을 피해 해외로 도피하는 유명 인사도 있었지만 복지 재원으로 쓰인 세금의 원천도 결국은 자유시장경제가 만든 것이었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강조한 ‘혁신성장’이 꼭 ‘중소벤처기업과 청년창업 지원’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민간의 창의가 맘껏 발휘되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거기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된다면 그게 바로 혁신성장이다.
포용국가는 의욕과 구호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시장에 활력이 넘치고 기업가 정신이 충만할 때 포용성장도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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