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건강식품, 국내선 전문의약품
수면제와 달리 인지장애·중독성 없어
체리·보리·호두에 멜라토닌 성분 많아
[ 전예진 기자 ]
어린아이들은 신나게 놀다가, 밥을 먹다가 갑자기 꾸벅꾸벅 졸기도 하죠. 그런데 어른이 되면 잠을 못 이루고 뒤척입니다. 이유는 수면을 관장하는 호르몬 ‘멜라토닌’ 때문입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활발하게 합성돼 잠이 오게 해줍니다. 수면과 각성, 생체리듬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항산화, 면역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멜라토닌은 나이가 들수록 감소합니다. 보통 55세가 넘으면 급격하게 떨어지는데 심하면 불면증이 오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먹는 멜라토닌 보충제들이 나와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 마트나 약국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죠. 해외여행객의 시차 적응을 위해 공항 편의점이나 면세점에서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없습니다. 예전엔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었지만 통관금지품목으로 지정되면서 현재로선 직구도 불가능합니다. 멜라토닌 보조제를 애용했던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멜라토닌은 졸피뎀, 벤조디아제핀 성분의 향정신성 수면제보다 부작용이 적습니다. 이런 약물들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혼돈, 환각, 중독 등의 부작용이 있는데요. 한 번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하면 의존성이 생기고 기억력 감퇴, 치매 유발 등의 위험이 있어 단기 간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멜라토닌은 수면제보다 효과는 떨어지지만 뇌에 직접 작용하지 않아 인지장애나 중독성 위험이 덜합니다. 다만 두통이나 어지러움,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고 유아, 청소년의 성장을 방해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에스트로겐 성분의 피임약 등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역류성식도염 치료제인 시메티딘 성분의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도 멜라토닌 수치가 지나치게 높아질 수 있습니다. 멜라토닌 제제를 복용할 때는 흡연, 음주를 피하고 수면제와 함께 복용하면 안 됩니다. 주의력, 기억력 손상이 심해지기 때문입니다. 초기수면장애라면 체리, 보리, 올리브, 호두 등 멜라토닌을 많이 함유한 식품을 섭취하면 도움이 됩니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멜라토닌 제제는 건일제약의 서카딘(사진)이 유일합니다. 하루에 한 번 2㎎짜리 한 알을 취침 1~2시간 전에 복용합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한 달 약값이 4만~5만원으로 비싼 편입니다. 국내에서도 멜라토닌 보조제를 건강기능식품으로 허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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