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묵인' 딜로이트안진…업무정지 불복訴 이겼다

입력 2018-11-02 18:30  

법원 "조직적인 개입은 없었다"
3년간 1200억 매출 손실 추정



[ 안대규/신연수 기자 ]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했다는 혐의로 1년간 업무정지를 당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번 판결로 회사 차원의 분식회계 혐의를 벗게 됐지만 영업정지로 3년간 12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2일 딜로이트안진이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 대한 1심 선고 재판에서 법인(안진) 차원의 조직적인 분식회계 개입은 없었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극소수 구성원의 위반 행위로 전체 감사 업무를 정지시킨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말했다. 또 “감사 소홀, 부실 등 책임을 온전히 원고(안진)에 돌릴 수만은 없다”며 “(금융위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2017년 4월 대우조선의 감사인이었던 안진에 대해 분식회계를 묵인·방조했다며 12개월 업무정지와 과징금 16억원, 과태료 2000만원의 징계를 내렸다.

안진은 신규 상장사 80여 곳과 비상장 금융회사 60여 곳에 대한 감사 수임이 막히면서 연간 400억원, 3년간 최소 1200억원 이상의 매출 손실을 봤다. 삼일회계법인에 이은 회계법인 2위 업체로서의 오랜 지위도 흔들렸다. 기업 구조조정 핵심 고객인 산업은행과의 거래도 끊기면서 삼정KPMG에 추월당해 EY한영과 비슷한 ‘빅4’ 하위 그룹에 머물게 됐다.

안진의 영업정지는 기업 경영에도 큰 영향을 줬다. 회계법인들이 건설 조선 등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 처리를 보수적으로 보면서 이들 기업의 ‘적자 행진’이 이어졌다. 조금만 분식 조짐이 있어도 ‘의견거절’ ‘한정의견’ 등을 쏟아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이 많았다.

안진은 그러나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금융당국에 밉보일 경우 더 큰 보복을 우려한 것”이라며 “당시 정부가 대우조선의 분식과 부실 경영 책임을 회피하려 회계법인에 과도하게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대규/신연수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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