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앵란, 故 신성일 보내며 "저승서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길…"

입력 2018-11-05 08:58  

엄앵란 "남편 신성일, 집안 아닌 대문 밖의 남자"
"내 남편 초라하면 안된다"며 수천만원 병원비 대기도




故 신성일(본명 강신성일)이 향년 81세로 타계한 가운데 부인 엄앵란이 건넨 마지막 말이 전해졌다.

지난 4일 엄앵란은 인생의 동반자이자 동료 배우인 남편을 먼너 떠나보낸 심정에 대해 "저승에 가서 못살게 구는 여자 만나지 말고 그저 순두부 같은 여자 만나 재미있게 손잡고 구름 타고 그렇게 전 세계 놀러 다니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앵란은 고인에 대해 "가정의 남자가 아니라 사회의 남자, 대문 밖의 남자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늘그막에 재미있게 살려고 했는데 내 팔자가 그런가 보다"라고 슬픔을 억눌렀다.

이어 "내가 존경할만해서 55년을 살았지 흐물흐물하고 능수버들 같은 남자였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라며 "우리 남편은 영화 물이 뼛속까지 들었다. 까무러쳐 넘어가는 순간까지 영화는 찍어야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1964년 11월 톱스타 신성일과 엄앵란은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라이프 스타일이 달라 1975년부터 이미 별거 중이었다.

신성일은 자신의 자서전에 자신의 외도를 공개하면서 대중은 두 사람의 이혼을 기정사실화 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이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엄앵란은 2011년 SBS TV '배기완 최영아 조형기의 좋은아침'에 출연해서 "(사람들이) 심심하면 이혼했다고 한다. 신문에서 언급한 대로 이혼했으면 50번은 했을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도 있고 저렇게 사는 것도 있지 어떻게 교과서적으로 사느냐"며 "악착같이 죽을 때까지 (신성일과) 살 것"이라고 말했다.

엄앵란이 유방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할 때엔 신성일이 집에 돌아와 그를 간호했다.

이후 신성일이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희로애락을 지켜본 '동지'가 됐다. 엄앵란은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면서 신성일의 병원비 수천만 원을 부담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신성일은 지난 4일 오전 2시 30분 병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타계했다.
고인의 영결식은 6일 오전 10시에 진행하며, 오전 11시 서울추모공원으로 고인을 옮겨 화장한다.

장지는 경북 영천의 선영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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