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이 이뤄진다'는 우리말답지 않다.
'2만3500대를 리콜한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도 굳이 피동으로 쓸 필요가 있을까?
글쓰기에서 피동형을 조심하라는 얘기는 늘 있어 왔다. 그럼에도 여전히 피동형 남발이 없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피동을 써야 할 때와 쓰지 말아야 할 때를 구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쓰지 말아야 할 때’라는 것은 ‘-하다’형으로 써야 할 데를 불필요하게 ‘-되다’형으로 쓴 경우를 말한다. 잘못된 글쓰기 습관 탓이다.
피동형 남발이 우리말 표현 왜곡시켜
“프랑스에서도 (자동차) 2만3500대에 리콜이 이뤄진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기업투자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미국 경제의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 “대구가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일본의 야스카와전기 등을 유치하면서 로봇산업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로봇기업 유치에 힘입어 로봇산업 클러스터도 구축됐다.”
이 문장들의 공통점은 모두 피동형이란 것이다. ‘리콜이 이뤄진다’는 우리말답지 않다. ‘2만3500대를 리콜한다’라고 하는 게 자연스럽다. ‘호황이 이어지고 있다’도 굳이 피동으로 쓸 필요가 있을까? ‘미국 경제가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는 게 힘 있는 표현이다. ‘대구’를 주어로 썼으므로 이어지는 문장에서도 ‘~클러스터도 구축했다’고 하면 된다.
불필요하게 쓴 피동문은 흔히 볼 수 있다. ‘정부의 행복주택 시범지구 발표가 이뤄진 이날….’ ‘공항 시설이 우선적으로 확충돼야 한다.’ 이들은 ‘정부가 행복주택 시범지구를 발표한 이날…’ ‘공항 시설을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한다’ 식으로 주체를 살려 능동형으로 쓸 때 더 구체적이다. ‘A가 B되다’ 꼴보다 ‘A를 B하다’ 꼴이 의미를 분명하게 하고 문장을 힘 있게 해준다.
피동은 주체와의 연결고리를 약화시켜 행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불투명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주장이나 생각을 얼버무려 완곡하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일찍이 비판적 언어학자들이 문장 분석에서 동사 용법에 주목한 까닭이기도 하다.
‘-되다’ 버리고 ‘-하다’ 많이 써야
다음 문장은 그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이 불과 6개월 만에 두 배 이상 확장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서도 ‘농축시설’을 주어로 잡으니까 당연히 ‘확장됐다’라는 피동 서술어가 뒤따랐다. ‘북한’을 주어로 잡으면 자연스럽게 ‘농축시설’은 목적어가 되고 ‘확장했다’를 서술어로 취하게 된다. 골자만 추리면 ‘북한이 농축시설을 확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이다. 피동형보다 문장 흐름이 좋고 의미도 분명하다. 주체를 살려 쓰는 게 핵심이다.
피동형 남발은 대부분 무심코 습관적으로 쓰는 데서 생기는 오류다. 가령 ‘(나는) ~라고 생각한다/본다’라고 할 말을 ‘~라고 생각된다/~로 보인다’ 식으로 피동화한다. 이마저도 자신이 없으면 ‘~라고 생각돼진다/~로 보여진다’로 쓰기도 한다(여기서부터는 이중피동으로 표현 자체가 비문법적이다). 한발 더 나아가 이를 ‘~라고 생각돼지게 된다/~로 보여지게 된다’ 식의 이상한 표현도 나오므로 주의해야 한다.
정부가 어느 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했으면 ‘했다’고 쓰면 된다. 이를 ‘정부에 의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다’ 식으로 비틀어 쓰지 말자. 이런 관점에서 다음 문장을 살펴보자. “지금의 강남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이 계속될지 의문이다.” 이 문구는 ‘강남 아파트 가격 고공행진’이란 명사 나열에 ‘-되다’ 서술어를 붙였다. 이로 인해 글도 딱딱하고 표현도 어색해졌다.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문장’은 아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고공행진을 계속할지 의문이다”로 쓰면 글에 운율도 생겨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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