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 대표팀 감독이 태극전사들의 혹독한 포지션 경쟁을 예고했다.
벤투 감독은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11월 호주 원정 A매치 2연전(17일 호주·20일 우즈베키스탄)에 나설 26명의 축구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명단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이승우(엘라스 베로나)의 탈락과 이청용(보훔)의 발탁이다.
이승우는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치른 4차례 국내 평가전에서 지난 9월 코스타리카 평가전에 교체로 출전한 게 기록의 전부였다. 결국 이승우는 벤투호 체재에서 주전이 아닌 백업 요원의 임무밖에 주어지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를 호주 원정에서 제외한 이유에 대해 "소속팀에서 활약이 부족하더라도 필요하다면 대표팀에 뽑을 수도 있다는 말을 했었다. 소속팀에서 이승우의 활약이 미미한 점뿐만 아니라 이승우의 포지션에서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승우의 포지션에 능력이 좋고 다양한 공격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들이 포진해있다. 이승우는 10월 소집 때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대표팀 경기에 출전을 못 했다. 그래서 이번에 발탁하지 않았다. 추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벤투 감독은 이승우가 측면 날개는 물론 2선 공격자원으로서 다른 선수들과 경쟁력에서 앞서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 대표팀 발탁이 쉽지 않을 것을 암시했다.
이런 가운데 2선 공격과 중앙 미드필더로서 베테랑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과 남태희(알두하일)를 함께 호출하며 치열한 포지션 경쟁을 예고했다. 이청용의 발탁 역시 경기력 향상이 곧바로 대표팀 호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벤투 감독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청용은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부 보훔에 합류한 이후 경기 출전 시간이 늘어나면서 최근 도움 해트트릭을 포함해 두 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따내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대표팀 사령탑에 부임하고 나서 이청용을 주시하던 벤투 감독은 최근 경기력이 좋아지는 이청용을 곧바로 호출해 6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선물했다.
이청용의 호출 역시 포지션 경쟁의 의미가 크다. 측면 날개 요원으로 황희찬(함부르크), 문선민(인천)이 포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부상에서 회복한 이재성(홀슈타인 킬)을 이번 소집에 부르지 않기로 하면서 포지션 경쟁에 불을 댕겼다.
젊은 선수들이 많은 상황에서 경험이 풍부한 이청용을 포지션 경쟁자로 투입해 대표팀 선수들의 생존 경쟁 분위기를 끌어올리겠다는 벤투 감독의 의도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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