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자반 장롱 사라지고
'호텔 침대'·6인용 식탁
리클라이너 소파가 대세
[ 심성미 기자 ] 최근 몇 년 사이 신혼부부들의 ‘혼수 필수템 목록’에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미세먼지를 잡아줄 공기청정기, 빨래 너는 수고를 덜어줄 건조기, 청소하는 모습을 보면 흐뭇해진다는 로봇 청소기…. 이런 변화는 가전뿐 아니라 혼수가구 목록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新) 혼수 풍속도’의 키워드는 ‘6인용 식탁’과 ‘호텔 침대’, ‘리클라이너 소파’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거실에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파+TV’로 구성된 전형적 거실에 대해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이들은 밋밋하다고 느낍니다. 그들은 ‘카페 같은 거실’을 원합니다. 부엌과 거실을 따로 구분하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2~4인용보다 6인용 대형 식탁을 선호합니다. 큰 식탁에선 식사나 손님맞이뿐 아니라 책도 보고, 커피를 마시며 밀린 일도 합니다. 식탁 겸 책상, 서재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죠. TV 앞 소파가 아니라 식탁이 집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셈입니다. 이런 인테리어를 위해 거실에 TV를 놓지 않는 이들도 있다고 하네요. 2014년 한샘의 혼수용 식탁 판매 중 6인용 식탁은 13%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22%로 2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침실도 변하고 있습니다. 혼수 리스트에서 사라진 건 안방을 꽉 채우던 ‘10자 반(1자=30㎝)짜리 장롱’입니다. 요새 아파트엔 붙박이장이 붙어 있기 때문이죠. 게다가 최근 신축 아파트는 작은 평형이라도 방이 세 개씩 있는 덕에 여분의 방에 드레스룸을 설치하는 이도 많습니다. 한샘의 신혼부부 고객 중 침실에 침대와 옷장을 함께 설치하는 비중은 2015년 75%에서 올해 30%까지 떨어졌다네요.
‘호텔 침대’도 좋아합니다. 호텔 스위트룸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푹신한 매트리스, 넓은 헤드보드를 장착한 침대를 ‘호텔 침대’라고 부릅니다. 잠만큼은 남부럽지 않게 자고 싶은 욕구, 집에서만큼은 호텔 손님처럼 쉬고 싶은 마음이 만들어 낸 유행이 아닌가 합니다.
예비 남편들이 가장 갖고 싶은 가구 중 하나는 등받이와 다리받침의 각도 조절이 가능한 리클라이너입니다. 리클라이너는 ‘아버지 서재’ 같이 중후한 곳에나 어울리는 가구라 여기는 건 옛날 생각입니다. 공간 활용도가 좋은 리클라이너 기능이 추가된 소파가 인기입니다. 현대리바트 리클라이너 소파 매출 증가율(1월~10월21일)은 전년 대비 16.5%로, 일반 소파(10.1%)보다 높았습니다.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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