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복무 36개월' 인권침해 논란…정부, 발표 연기

입력 2018-11-05 17:30  

시민단체들 "세계 최장기간"
인권위도 "1.5배 넘으면 안돼"
"특혜복무 안된다" 반발도 거세



[ 조아란/이미아 기자 ] 정부가 마련 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국방부의 대체복무제 초안을 놓고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적 제도”라고 강력 반발해서다. 반대로 “대체복무제가 군 입대보다 편하게 설계돼서는 안된다”며 이를 비판하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참여연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쟁없는세상 등 53개 시민단체 회원들은 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에 “인권 기준에 맞는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공청회에서 대체복무 기간을 현역병(육군 18개월 기준)의 2배인 36개월로 하고 교도소 또는 소방서 중 선택해 합숙하는 방안을 마련, 공개한 데 이어 6일께 교도소 단일 근무안으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진보단체 등의 반발로 발표 시점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 단체들은 이에 대해 “대체복무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며 “이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강조한다. 참여연대 등은 “36개월로 확정되면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제를 운영하게 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미 현역병의 1.5배 이상의 대체복무 기간은 인권침해라고 밝힌 바 있다”고 했다. 또 복무기관과 관련해서도 “국가 안보 개념을 넓혀 치매 노인 돌봄이나 장애인 활동지원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업무까지 대체복무로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양심적 병역거부 심사도 국방부나 병무청이 아닌 제3의 기관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심사기구를 군 관련 부처 산하에 두면 심사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 독립기구로 위임하거나 법무부 산하로 두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대체복무가 ‘특혜복무’로 변질되는 것을 막으려면 군 입대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여론도 거세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소방서 근무조차 대체복무로 인정하는 것은 특혜”라거나 “반드시 36개월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등 대체복무 요건을 강화하라는 취지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대체복무를 인정받기 위해 종교단체 ‘여호와의 증인’에 가입하는 방법을 문의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대체복무제를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이달 중 정부안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아란/이미아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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