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美 통화 긴축이 신용에 미치는 영향은?

입력 2018-11-05 18:34  

통화긴축은 신용부도에 선행하지만
성장 지속 후 침체까지 2~3년 걸릴 듯

윤제성 < 美 뉴욕생명자산운용 전무·최고투자책임자(CIO) >



미국 경제가 10년여의 경기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요즘 투자자들은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번 경기 확장은 미국 중앙은행(Fed)이 대규모 자산 매입을 통해 경기 변동성을 줄이고 각종 자산의 가치를 부양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주식 60%와 채권 40%로 구성하는 전통적인 ‘60:40 포트폴리오’에 순풍으로 작용했음을 입증했다. 2008년 이후 채권과 주식 모두 연평균 7.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낮은 금리와 전례 없는 유동성은 금융 자산뿐만 아니라 기업도 떠받쳤다. 기업들은 새 프로젝트에 자금을 대거나 재무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부채를 끌어왔다. 이로 인해 신용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레버리지(부채)가 매우 높아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非)금융기업 부채 비율은 사상 최고이고 부실채권 발행도 크게 늘었다.

공공과 민간의 신용시장은 적극적인 통화 팽창 정책의 희생자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위험을 떠안는 것은 투자자다. 레버리지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56%는 B등급 이하다. 역사적으로 B등급 부채의 연간 부도율은 BB등급보다 5배가량 높다.

주식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이번 경기 확장 시기에 성장주는 가치주를 훨씬 웃도는 상승률을 보였다. 올 들어서도 우량 기업의 주가 상승률이 비우량 기업보다 낮았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지속될 수 없다. 현재 10억달러 이상 가치를 평가받는 비상장 기업은 260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총 평가액은 8400억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지난해 상장한 기업의 76%는 이익을 내지 못했다. 이는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신용시장이 조만간 어느 때라도 붕괴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 재정지출 확대와 기업 투자, 구조 개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성장 속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어쩌면 정점에 다다랐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경기 침체가 오기까지는 24~36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경제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자가 고려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이 있다. 첫째, 투자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들이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자 시점을 찾기는 어렵다. 시장은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유동적이어서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현금으로 전환하는 것은 정답이 될 수 없다.

둘째, 적합한 재무 파트너를 확보해야 한다. 앞으로 2년 동안 극도로 완화한 통화정책이 유지될 것이다. 미약한 생산성 증가와 포퓰리즘의 부상, 벼랑 끝 정치 전술로 불확실성이 증가할 수도 있다. 적합한 재무 파트너는 일관된 전략으로 투자하면서 각 상황에 맞는 투자를 안내할 것이다. 시장의 위험성을 이해하고 시장에 위기가 닥칠 때 탈선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현 단계의 경기 순환기에는 시장 성장이나 레버리지에 의존하기보다는 혁신과 가치 창출에 관한 전문지식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은 투자자들이 중기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대비하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화 긴축과 금리 인상은 항상 신용 부도에 선행했다. 내년에 중앙은행들이 자산을 순매도해 시장에 대한 지원책을 완전히 뒤바꿀 때에만 그 영향이 세계 시장에 미칠 것이다. 역사는 똑같이 되풀이되지 않지만 확실히 일정한 리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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