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규제 강화로 '마이너스통장' 쓰는 로스쿨?의대생들 울상

입력 2018-11-06 15:01   수정 2018-11-06 15:03


서울의 한 대학 졸업반인 정지수씨(25)는 최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다가 고민에 빠졌다. 은행의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규제가 강화되면서 로스쿨 합격 후 ‘마이너스통장’을 발급받아 생활비 등을 충당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씨는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취약 계층에 해당하진 않지만 부모님의 지원을 지속적으로 받기 어려운 나 같은 처지의 학생들이 주변에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최근 시중은행에서 고강도 DSR 규제가 시행되면서 로스쿨이나 의대 등 예비 전문직 학생들이 주로 발급받아 사용했던 마이너스통장에도 제동이 걸렸다. 향후 미래 기대소득이 높은 만큼 현재 소득 여부를 따지지 않고 승인이 이뤄졌던 이 같은 대출(소득미징구대출)까지 DSR 규제에 걸리면서 가정 형편이 좋지 않은 고학생들이 엉뚱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 생활과 자격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로스쿨·의대에서 공부에 집중하려면 사실상 부모님의 재정 지원을 받거나 빚을 질 수밖에 없다는 게 재학생이나 졸업생들의 설명이다. 한 학기 700만~800만원이 넘는 등록금을 제외하고도 교재비 100만~150만원을 비롯해 학급비, 자취 비용 등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아서다. 서울의 한 사립 로스쿨 3학년 학생은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은 학기당 150만원에 불과한데 학교 기숙사 월세만 월 60만원”이라며 “과외 등 아르바이트와 수험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로스쿨과 의대에 합격하자마자 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아 사용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NH농협·KEB하나·신한 등 시중은행들은 미래 전문직 고객 확보 차원에서 아직 소득이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합격증이나 재학증명서 등을 지참하면 별다른 조건 없이 마이너스통장을 발급해줬다. 서울 한 명문 로스쿨의 경우 1학년 2000만원, 2학년 3000만원, 3학년 5000만원까지 한도를 늘릴 수 있었다. 의대 재학생은 본과 3학년부터 3000만원까지 융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지난달 31일부터 이 같은 소득미징구대출에 대해 일률적으로 300%의 DSR 비율을 적용하기로 하면서 ‘예비 전문직’들을 대상으로 한 마이너스통장 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지거나 불가능하게 됐다. 농협은행은 ‘로스쿨 슈퍼프로론’ ‘메디 프로론’ 등 로스쿨·의대 재학생 대상 대출 상품에 소득 증빙 절차를 도입했다. 소득이 없는 학생들은 사실상 신규 대출이나 대출 한도 증액이 불가능해졌다. 하나은행 등은 미래 추정소득을 감안해 일정 한도까지 대출해준다는 방침이지만 기존보다 심사 절차가 까다로워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방침은 소득을 감안하지 않은 대출 취급을 자제하라는 것”라며 “은행들이 예비 전문직 신용대출 규모를 점차 줄여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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