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큰 짐
가격체계 등 개편 경쟁력 높여야"
김영훈 < 대성그룹 회장·세계에너지협의회 회장 >
우리나라 에너지산업 전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최근 발표한 올해 ‘세계 에너지 트릴레마 인덱스’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순위가 오른 35위를 기록했다. 2016년 44위, 2017년 39위에서 올해 35위로 매년 4~5계단씩 순위가 상승 중이다. 에너지의 95%를 수입에 의존해 에너지 안보가 취약한 상황에서도 최근 몇 년에 걸쳐 순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정부와 민간 부문이 힘을 모아 에너지 산업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한다.
WEC는 매년 국가별 에너지산업 현황을 △에너지안보 △환경적 지속가능성 △에너지 형평성 등 세 항목으로 나눠 조사 및 평가를 하고 이를 토대로 국가별 종합순위를 발표한다. 필자가 WEC 회장으로 있다 보니 매년 인덱스 순위를 발표할 때마다 우리나라 평가 결과에 은근히 관심이 간다.
우리나라에 대한 평가 결과를 좀 더 세부적으로 나눠서 살펴보면 에너지안보 측면은 에너지원 수입처 다변화, 신재생 에너지를 통한 에너지 자급률 상승 등에 힘입어 지난해 64위에서 올해 57위로 개선됐다. 에너지 형평성은 지난해 26위에서 올해 17위로 상승했다. 전력과 가스 등 보편적 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개선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환경적 지속가능성이다. 이 부문에서만큼은 올해 순위가 92위로 지난해보다 오히려 8계단이나 하락했다. 평가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는 등 에너지전환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에너지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아직은 상대적으로 실질적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지속가능한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어쩌면 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보다 더욱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우리 경제규모나 인구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배출량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1인당 1차 에너지 사용량과 전력 소비량은 위도는 비슷하지만 산업구조가 더욱 발달한 독일, 프랑스, 일본보다 20~30%가량 더 많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무려 2배가 넘는다. 국내총생산(GDP) 1단위 (1000달러 기준) 창출에 투입하는 에너지와 탄소배출량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가 넘는다. 더구나 대부분의 OECD 회원국들은 경제가 성장해도 에너지 사용량은 감소하는 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데 반해 한국만 유독 사용량이 계속 늘고 있다. 에너지 수요관리 및 효율성에 큰 허점이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과문한 탓인지 몰라도 이 같은 현상에 대한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원인분석 결과는 그 어디에서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산업구조 때문이라는 판에 박힌 설명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나홀로 행보를 설명하기에 충분치 않아 보인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에너지 시스템은 시간이 지날수록 개별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에도 큰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는 산업 경쟁력과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이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선 섹터별로 에너지 사용패턴과 실태를 면밀히 조사·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토대로 에너지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 관련 조세제도, 가격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더불어 WEC 트릴레마 인덱스 시스템을 국내 지역별 평가에 활용해 지역 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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