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신주쿠 블루보틀 매장 방문기
시그니처 메뉴 라떼 한국 돈 5700원
아오야마점은 한국인 비율 절반 넘어
지난 1일 오후 4시 도쿄 신주쿠구(區) 신주쿠역 인근 뉴우먼 쇼핑몰. 이곳 1층에 자리잡은 미국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 매장 안에는 커피를 마시기 위한 손님들로 붐볐다.
이 매장의 직원 야마자키 와카나(32) 씨는 "요일과 시간에 관계 없이 블루보틀 신주쿠점은 항상 사람이 많다"며 "일본인뿐만 아니라 외국인들도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커피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블루보틀은 음악가 출신인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이 2005년 샌프란시스코 벼룩시장에서 작은 손수레로 시작한 커피 브랜드다. 지난해 10월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가 지분 68%를 약 4800억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일본은 블루보틀이 유일하게 진출한 해외국가다. 2015년 2월 일본에 블루보틀이 진출한 뒤 현재 도쿄에만 10개 가까운 매장을 냈다.
블루보틀 신주쿠점 매장 직원에 따르면 도쿄 어느 점포에나 손님들이 꽉 찬다고 했다. 일본인들도 많지만 한국인, 중국인 등 관광객들의 방문도 유사한 비율로 높다는 설명이다.
블루보틀 신주쿠점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신은진 씨(흑석동 ·26)는 "요새 도쿄 여행을 계획할 때 츠타야 서점과 블루보틀은 꼭 일정에 포함시킬 정도로 인기"라며 "블루보틀이 아직 한국에 없기 때문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 신주쿠점은 '이곳이 과연 일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았다. 블루보틀 아오야마점 같은 곳들은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의 비율 중 한국인이 절반을 넘을 정도로 높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계산대에 서자 블루보틀 점원이 아이패드(태블릿 PC)를 들고 주문을 받았다. 블루보틀의 시그니처(대표) 메뉴인 라떼가 520엔, 싱글 오리진 커피가 550엔이었다.
기자가 라떼를 주문하자, 소비세 8%를 더한 가격이 아이패드에 떴다. 현재 환율을 감안하면 한국 돈 5700원 수준이다. 결제와 함께 아이패드에 이름을 입력했다. 여기엔 진동벨이 없다. 메뉴가 준비되면 점원이 이름을 불러준다.
손님들로 붐빈 매장 안에서 그나마 숨통을 틔일 수 있게 만들어준 건 블루보틀 특유의 오픈 키친 구조 때문이다.
블루보틀은 로스팅한지 이틀(48시간) 이내의 싱글 오리진 원두만을 사용하고, 바리스타가 직접 손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 과정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기 위해 오픈 키친을 고집한다.
약 5~6분 뒤 주문한 라떼가 나왔다. 음료 위에는 하트 모양의 라떼아트가 그려져 있었다.
블루보틀을 이제 한국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내년 2분기(4~6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점을 직영 방식으로 연다.
성수동은 '한국의 브루클린'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과거 창고, 공업 단지, 수제 구두 공방, 봉제 공장이 밀집돼 있던 곳이었지만 최근 몇 년 간 젊은 예술가들의 리모델링으로 갤러리, 수제맥주펍, 패션 편집숍 등이 들어서며 문화의 거리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블루보틀이 직장인들이 많은 강남이나 여의도 대신 성수동을 1호점으로 택한 것은 '느리게 마시는 커피'라는 블루보틀의 철학을 실현시키기에 알맞는 장소라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블루보틀은 국내 1호점인 성수점 카페 건물 안에 로스터리 시설을 별도로 갖추고 로스팅부터 판매까지 시간을 줄여 커피 맛과 풍미가 가장 좋은 시간에 소비자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아울러 바리스타 교육시설도 갖춰 블루보틀 커피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알릴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들도 배출한다는 방침이다.
/도쿄(東京)=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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