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그룹 "전기요금 낮아 과소비
원가·외부비용 반영 현실화해야"
재생에너지 비중 늘린다지만 비용·기술발전 속도 등 변수
무리하게 추진땐 전력수급 차질
[ 조재길/서민준 기자 ] 정부의 장기 에너지 수급계획을 짜는 전문가그룹이 현재 8%를 밑도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40년까지 최대 40%로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또 전력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전기요금을 올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제안했다. 탈(脫)원전 등 에너지전환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의 전기요금 인상폭을 연평균 1.3%로 억제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후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워킹그룹 “전기료 인상”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은 7일 ‘2019~2040년의 에너지 수급계획’ 권고안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했다. 에너지기본계획은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작성하는 에너지 분야 최상위 행정계획이다. 워킹그룹은 학계·시민단체·산업계 등 에너지 분야 전문가 70여 명이 참여하는 민간자문 모임이지만 산업부와 사전 조율을 거친다는 점에서 권고안이 정부 최종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워킹그룹은 작년 말 기준 7.6%인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까지 25~40%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달성한다는 종전 계획은 그대로 유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에너지 가격·세제 정책 방향’이다. 권고안은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전기요금을 현실화해 가격 왜곡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소 방안으로는 △전기료에 원가 및 외부비용 모두 반영 △할인 특례제도의 단계적 축소·폐지 △원전에 대한 제세부담금 강화 △화석연료 보조금 중단 등이다.
워킹그룹은 “정부는 이런 내용을 반영해 내년까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에너지기본계획 작업에 참여한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 40%로 확대하려면 원전과 석탄 의존도를 확 낮춰야 한다”며 “원가를 제대로 반영하면 전기료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술 향상 안 되면 수급도 문제
워킹그룹은 지금의 기술 발전과 소비행태 등이 지속될 경우 2040년 최종 에너지 소비를 2억1100만TOE(석유환산톤, 1TOE는 원유 1t의 열량)로 예상했다. 이를 작년과 비슷한 1억7660만TOE로 16.3% 줄이라는 게 이들의 권고다. 반면 에너지 소비 측면에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40년 14.4%로, 작년(6.7%)의 두 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비용이다.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의 평균 구입비는 ㎾h당 209원이었다. 62원인 원자력의 3배를 넘는다. 안전 비용까지 감안한 ‘균등화 발전비용’도 원전은 ㎾h당 66원인데 태양광은 133원으로 집계됐다.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면 원가 반영만으로도 적지 않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재생에너지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특징 때문에 발전 효율이 낮다는 단점도 있다. 장기 전력수급 목표에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워킹그룹의 강력한 수요 관리 목표는 재생에너지를 늘려도 전력 수급이 안정된다는 전제 아래 이뤄진 것”이라며 “기대만큼 관련 기술이 향상되지 않으면 목표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워킹그룹 역시 당초 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30%, 40% 등 하나의 숫자로 제시하려 했으나 기술 발전 속도와 예산 확보 등을 장담할 수 없어 25~40%란 범위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권고안은 관계부처 협의, 국회, 공청회, 녹색성장위원회 등을 거쳐 연말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된다.
조재길/서민준 기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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