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원의 재발견…유기농 시대에도 잘나간다

입력 2018-11-07 17:50   수정 2018-11-08 09:33

간편식과 배달음식 즐기면서
국내 조미료 시장 위축 되는데
미원만 가정 수요 늘고 매출↑

MSG는 해롭다는 누명 벗고
'소 한마리 살렸다' 마케팅 화제
2030세대서 "가성비 甲" 인기



[ 김재후 기자 ]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때문일까? 아니면 오해가 풀린 것인가.’

1세대 조미료 ‘미원의 부활’을 놓고 식품업계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국내 조미료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상의 조미료 브랜드 미원 매출이 유독 늘어나고 있이서다. 오가닉(유기농)·친환경 먹거리 트렌드를 감안하면 글루탐산나트륨(MSG)이 들어간 미원의 판매 증가세는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가정에서도 미원 ‘싹싹’

7일 대상에 따르면 미원의 국내 매출은 2015년 1027억원에서 2016년 995억원으로 줄었다가 2017년 1005억원으로 소폭 늘어났고 올해는 10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국내 조미료 시장은 4292억원(2015년)에서 올해 4226억원으로 해마다 감소 또는 정체를 지속하고 있다. 전체 조미료 시장의 침체는 유기농 트렌드와 함께 가정간편식(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집에서 요리하는 가구가 줄어든 영향이다.

그럼에도 미원이 ‘나홀로 성장세’를 지속하는 것은 가정 수요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등 소매점에서 팔린 미원은 2016년 439억원에서 지난해 450억원, 올해 472억원으로 증가하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당 등에서도 조미료를 대형마트에서 살 수 있지만, 영업소를 통해 대용량으로 사면 훨씬 싸기 때문에 굳이 마트에서 구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세대 조미료, 4세대 시장에서도 선전

국내 조미료 시장은 미원이 처음 나오면서 시작됐다. 일제강점기 일본의 식품회사 아지노모토가 화학조미료를 국내에 들어오면서 한국도 조미료를 접하게 됐다. 1956년 대상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이 이를 본떠 최초의 한국산 화학조미료인 미원을 출시했다. 국내에서 본격 조미료 시장이 열린 것이다.

미원이 장악하던 조미료 시장에 제일제당이 1963년 미풍을 내놓으면서 경쟁이 시작됐다. 화학조미료가 대세였던 조미료 시장은 2000년대 안팎으로 MSG를 줄인 종합조미료가 출시되면서 2세대로 접어들었다. 이어 인공합성물을 배제한 자연조미료의 3세대를 거쳐 지금은 콩 등 자연재료를 발효해 액상으로 만든 액상발효조미료(4세대)까지 나왔다. 하지만 1956년 출시된 미원은 지금도 발효조미료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오해 풀리고 젊은 층 잡은 게 비결

과거 ‘화학조미료’라고 불리며 외면받았던 미원이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대상 관계자는 “MSG가 막연히 몸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많았는데 정보가 많아지면서 이런 오해가 풀렸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요즘 트렌드에 맞는 가성비를 갖춘 조미료로 꼽히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일 싼 ‘감칠맛미원’부터 가장 비싼 표고버섯으로 맛을 낸 ‘발효미원’(100g)의 소비자가격은 2300~3200원. 한 가정주부는 “액상 조미료는 500mL 한 병에 6000~7000원 정도 하는데 액상으로 조미료를 넣다 보면 더 많이 사용하게 돼 금세 다 쓴다”며 “가루 조미료는 싼 데다 덜 넣게 된다”고 했다.

젊은 층 수요 회복도 한몫하고 있다고 대상은 설명했다. 대상은 2014년 미원 표지를 젊게 바꾸고 2016년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인 김희철을 광고 모델로 내세웠다. 대상 관계자는 “2030세대 소비자가 확연히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엔 ‘기적의 한 꼬집’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했는데 미원 한 꼬집만 쓰면 소 한 마리의 맛을 살릴 수 있다는 콘셉트”라며 “젊은 층으로부터 눈길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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