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창업으로 홈클리닝 시장 도전
“저는 원래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회사에서 근무했어요. 한국에선 스마트폰으로 배달도 되고 숙박도 예약하는데 청소 서비스는 불가능했죠. 그래서 직접 창업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홈클리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미소의 빅터 칭 대표가 밝힌 창업한 동기는 간단했다. 칭 대표는 지난주 기자와 만나 “홈클리닝은 미국 벤처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차세대 O2O(온?오프라인 연계) 시장”이라며 “한국도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소는 가사도우미를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2016년 국내 스타트업 중에서는 3번째로 미국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기관)인 와이콤비네이터에 입성해 화제를 모았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을 키워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벤처기업)의 등용문으로 평가받는다.
국내 가사도우미 시장은 지역별로 퍼져있는 인력파견업체들이 장악했다. 스타트업이 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칭 대표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합한 도우미를 추천하면 기존 업체보다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고객들의 평가나 이동 거리도 함께 반영해 최적의 추천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칭 대표는 국내 유명 스타트업에서 창업멤버로 활동한 ‘연쇄창업가’다.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는 2005년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을 찾아 사업에 도전했다. 첫 창업은 포인트 적립 서비스 ‘도도포인트’로 유명한 스포카다. 2010년 창업 멤버로 가담한 후 회사가 성장하자 2년 뒤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났다. 다음은 배달앱에 도전했다. 요기요의 창업멤버로 들어가 최고제품책임자(CPO)를 맡았다. 이후 다시 회사를 나와 소개팅용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친친을 창업했지만 시장조사가 부족해 쓴 맛을 봤다.
2015년 그는 네 번째 창업 아이템으로 홈클리닝을 택했다. 칭 대표는 한국에서 오랜 자취 생활에서 나온 불편함이 창업 동기가 됐다고 말했다. 사업에 몰두하느라 집안일을 신경 쓰지 못해 이를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O2O 사업에 몸담았던 만큼 창업에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혼자 살다보니 집안일에 부담감이 많았어요. 가사도우미를 쓰려 했지만 신뢰할만한 업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외국에서는 모바일로 가사도우미를 요청하는 서비스들이 있었는데 한국엔 없었죠. 요기요를 창업하며 얻은 경험을 살리면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창업을 결심했습니다.”
예상은 적중했다. 미소는 2015년 서비스 출시 후 3년간 총 80만 건이 넘는 예약 건수를 기록했다. 누적 거래액 446억 원, 이용객은 10만 명을 넘어섰다. 서비스 재방문율은 75%에 달한다.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아 지난 9월엔 와이콤비네이터와 애드벤처, 펀더스클럽 등으로부터 800만 달러(약 90억 원)의 추가투자를 유치했다. 누적 투자액은 1070만 달러(약 120억 원)에 달한다.
미소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서비스 지역 및 분야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5개 서비스 지역을 대도시 10곳으로 확장한다. 사업 범위도 확장해 1인 가구용 맞춤형 서비스, 가전기기 청소도 서비스에 포함할 방침이다. 칭 대표는 “가전 청소를 시범적으로 하다보니 반응이 좋아 정식 서비스에 포함할 계획”이라며 “1인 가구를 위한 단시간 청소 서비스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