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 태극권 사범 만나고 정자와 대화 나눠…세계 최초 'AI 공원' 문열어

입력 2018-11-08 10:48   수정 2018-11-08 15:16

[조아라의 소프트 차이나] 세계 첫 AI 공원 오픈



"엄마! 이 차는 왜 핸들이 없어?"

11월 1일, 중국 베이징의 하이뎬 공원. 공원을 오가는 버스를 지켜본 아이가 깜짝 놀랐습니다. 버스 기사는 물론 운전석조차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버스는 하이뎬 공원 서문과 인근 어린이 놀이공원 사이(약 2km)를 운행 중인 무인 자율주행 버스 '아폴로(Apollo)'입니다. 이두, 킹룽, 인텔이 협업해 만든 세계 첫 무인 자율주행 순환 버스입니다. 차체 주위의 레이더와 센서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고, 10km 안팎의 속도를 유지하며 달립니다.

정류장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승객들의 얼굴을 인식해 성별과 나이에 맞게 맞춤형 광고까지 내보낸다고 합니다.

중국 인터넷 기업 바이두와 베이징시 하이뎬구 지방 정부가 하이뎬 공원을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AI) 공원으로 개조했습니다. 이 공원에서는 공상 과학 영화에나 나올 것만 같은 많은 장면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먼저 이용객의 운동 데이터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최초 등록 시 공원 보행로 곳곳에 설치된 AI 장비가 이용자의 운동 시간과 속도, 소모 열량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별도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니 정말 편리할 것 같습니다.

공원 안에 있는 증강현실(AR) 기기를 활용해 태극권도 할 수 있습니다. 화면에 나타난 선생님 동작을 참고하면서 수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대화할 줄 아는 '샤오두 샤오두' AI 정자도 인기입니다. "샤오두 샤오두, 오늘 날씨 어때? 이 화원에 어떻게 가?"라고 물으면 친구처럼 날씨 정보와 위치 정보를 알려줍니다.

실시간 뉴스와 인기 음악 등 다양한 생활 서비스 역시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정자 대들보에 바이두의 대화식 AI 운용체계(OS)를 감쪽같이 숨겨놓았다고 합니다.




공원 내 설치된 26개 가로등은 모두 스마트 가로등입니다. 화웨이가 참여해 만든 이 가로등은 조명 기능뿐 아니라 긴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호출 기능(버튼)까지 갖췄습니다. 인터넷 검색이 가능한 와이파이 서비스는 물론 기온과 초미세먼지(PM2.5)를 측정해 모니터에 표시해 준다고 하니 정말 똑똑한 가로등입니다.

이 공원은 중국 실리콘밸리가 있는 하이뎬구에 있습니다. 총 면적만 34만㎡(약 10만2850평)에 달하며 작년 기준으로 한 해 120만명이 이 공원을 찾을 정도로 유명한 곳입니다.

하이뎬구는 앞으로도 정보기술(IT) 업체와 손잡고 새로 조성될 공원과 녹지 공간에 좀 더 많은 AI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AI 공원 외에도 요즘 중국에는 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식당과 마트, 택배 로봇 등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알리바바, 징둥, 바이두, 텐센트 등 굴지의 민간기업이 대대적으로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대학 100곳에 인재 양성을 위해 AI 전공 과목이 신설된다고 합니다. 정부 차원에서 오는 2030년까지 AI 관련 산업 규모를 10조 위안(한화 약 1621조원)으로 키운다고 발표하자 학계와 업계가 분주하게 손을 잡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10년 후 베이징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맹렬한 기세로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드는 중국의 발전이 무서울 정도입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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