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향후 시장이 다시 출렁이면 추가로 상장철회에 나서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을 접은 기업들은 총 16개에 달한다.
지난 상반기엔 유가증권시장에서 SK루브리컨츠만 공모를 철회했지만, 하반기 들어 아시아신탁 골든브릿지이안제1호스팩 프라코 카카오게임즈 에이치디씨아이서비스 CJ CGV베트남 총 6개 기업이 공모를 철회했다. 나머지 인카금융서비스 진셀팜 등 9개 기업은 심사 철회를 선택했다.
이는 지난해 심사 및 공모를 철회한 기업 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해 아시아나IDT 엘에스오토모티브 등 17개 기업이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달 증시가 급락한 후 조정장세가 이어지면서 상장 철회를 선택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13.37%, 21.11%나 하락했다.
전자부품 제조기업 드림텍은 코스피 상장 추진을 철회한다고 지난 2일 공시했다.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평가받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드림텍은 내년 초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다.
CJ CGV 베트남홀딩스도 지난 6일 상장 일정을 접는다고 발표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1만8900~2만3100원으로 제시했지만,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최종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밴드에 미치지 못 할 것으로 판단해 상장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 철회가 발표되면서 전날 CJ CGV의 주가는 5.64%나 하락했다.
상장에 나서더라도 공모가를 크게 낮춘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아주IB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2000~2400원으로 낮췄다. 김지원 아주IB 대표는 "시장 상황에 맞게 공모가를 크게 낮췄더니 홍콩에서 진행한 IR에선 '왜 이렇게 몸값을 낮췄냐'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상장한 노바텍도 마찬가지다. 희망 공모가 범위가 1만2500~1만6500원이었지만, 최종 공모가는 밴드 하단보다 낮은 1만원으로 확정했다. 기관수요 예측에서 66.32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위축된 투자심리를 반영해 공모가를 밴드 미만인 1만원으로 낮춘 것이다.
문제는 시장 반등이 미미하면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남화산업 싸이토젠 에코캡 티앤알바이오팹 등 11개 기업(스팩 제외)이 기관 수요예측을 앞두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비교회사들의 주가가 하락하면서 기관투자자 입장에선 상장 기업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면서 공모가 잘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며 "유통시장이 악화하고 있어서 상장을 철회하거나 심사통과 후 상장일정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는 기업들도 더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