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들을 해외로 내모는 정책, 끝이 없다

입력 2018-11-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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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올려놓고 '이익공유제'까지 강요
신사업 육성은 말뿐…정부가 위기 자초



정부가 대기업 이익 일부를 중소기업에 나눠주는 ‘협력이익공유제’ 법제화에 나서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사적 이익을 강제적으로 나누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뒤흔드는 이런 제도를 입법화한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 “이익을 공유하라고 강요하는데 그렇다면 손해도 나누도록 할 거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대기업마다 수백~수천 개에 이르는 협력사의 매출 및 영업이익 기여도를 측정하고 배분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거센 비판에 정부는 “제도 도입 여부는 자율에 맡기겠다”고 하지만, 법제화되는 순간 ‘강제성’을 띨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기업을 옥죄는 또 하나의 ‘규제 폭탄’ 탄생은 정해진 수순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 제도의 법제화가 몰고 올 갈등과 혼란 등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해 사전에 깊이 따져봤느냐는 점이다. 정부가 이익을 나누라고 강요할 때 기업의 투자 및 혁신 의지가 확 꺾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가뜩이나 기업가 정신이 추락하고 있다는 마당에 정부가 이윤 동기까지 꺾어버리면 어느 기업이 국내에서 돈을 들여 공장을 짓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신사업을 벌이려고 하겠는가.

결국 기업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국내 투자를 줄이고 해외로 나가는 것뿐이다. 대기업이 해외 협력사로 거래를 돌리면서 산업생태계가 붕괴하면 1차적인 피해는 중소기업으로 돌아간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대기업 팔목을 비트는 식의 이익공유제 강제 시행을 염려하는 이유일 것이다.

정부가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정책은 비용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정년연장, 통상임금에 이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획일적인 정규직화, 직고용 강요 등이 더해지면서 업종과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인건비가 급등하고 있다. 거꾸로 가는 노동개혁도 그렇다. 파업이 일어나도 대체근로자 투입이 금지돼 있으니 사측은 속수무책으로 그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 기업마다 해외 사업장 생산성이 국내 사업장 생산성을 앞지른 지 이미 오래다.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도 국내에 남아 있는 기업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전기료 인상이 예상되고 있는 데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까지 산업계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인건비 등 비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익까지 강제로 나누라고 하면 기업이 ‘적자의 늪’에 빠질 건 시간문제다. 이런 환경에서는 기업이 굳이 국내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국내 간판 기업들조차 내년을 어떻게 버틸지 위기감을 토로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규제개혁도 말뿐이어서 신사업 투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나간다는 기업까지 줄을 섰다. 승차공유, 모바일헬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의 스타트업도 예외가 아니다. 기업을 해외로 내모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다 함께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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