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1)
안녕하세요. 부동산시장의 핫한 이슈를 깊이 있게 탐구해보는 집터뷰, 이번 시간에도 여의도학파 전문가 모시고 부동산시장 전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모셨습니다.
▷최진석 기자
홍 박사님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여의도학파’의 핵심 전문가 중 한 분이십니다. 부동산을 거시경제와 연관지어 분석하시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요. 우리나라에 일본형 주택시장 침체가 절대 안 온다고 얘기하셨어요. 그쵸?
▶홍춘욱 팀장
0.1% 정도의 추상적 가능성은 있겠죠. 그러나 현시점에서 놓고 봤을 때 일본형 장기불황, 또는 일본형 부동산 시장 같은 급격한 붕괴가 벌어지기엔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고 봅니다.
▷최진석 기자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홍춘욱 팀장
얼마 전 월스트리트저널이 일본 부동산시장에 대해 26년 만에 가격이 올랐다고 보도했어요. 사진도 하나 실었죠. 지요다구(區)입니다. 우리나라의 여의쯤 되는, 광화문과 여의도를 합쳐놓은 것 같은 입지입니다. 가장 좋은 자리죠. 거기에 일본 왕거가 있는데, 교코라고 하죠. 교코 주변은 딱 한 시간이면 한 바퀴 돌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작습니다. 놀라지 마세요. 그 작은 땅이 1990년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부동산 가격보다 비쌌어요.
▷최진석 기자
캘리포니아 전체보다 비쌌다고요?
▶홍춘욱 팀장
예. 세계 어떤 나라와 비교해도, 중국 말고는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더 크다고 얘기하는 실리콘밸리 말입니다. 왜 그랬냐면 일본 기업들이 저금리를 이용해서 부동산투자에 나서는 이른바 재테크 열풍이 불었어요. 주식이나 부동산을 다 기업이 샀습니다. 그러면서부터 상업용지 가격이 급등했죠. 아까 말씀드린 지요다구에 있는 오피스빌딩들 같은 경우엔 3.3㎡당 1억엔. 그러니까 약 10억원이죠. 현재 물가로 환산하며 얼마나 환산하면 얼마나 될지는 상상도 잘 안 됩니다.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정책 부분도 있습니다. 당시 일본의 담보인정비율(LTV)은 90%가 넘었다고 합니다. 왜냐, 주택가격은 앞으로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주택시장으로 계속 들어오고 있는 차주들, 돈을 빌린 사람들이 신용도 높은 기업들이라고 생각하니까 은행들이 돈을 굉장히 많이 넉넉하게 빌려줬어요. 우리는 투기지역의 경우 40%죠. 더 나가면 중앙은행의 정책 스탠스도 달랐어요. 당시 일본은 연 2.5%였던 정책금리를 6%까지 올렸어요. 비유를 하자면 시속 100km로 달리고 있던 자동차가 갑자기 앞에 튀어나온 장애물에 걸려 뒤집어지는 그런 형국이라고 볼 수 있어요.
▷최진석 기자
일본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품이 있었던 것이군요. 게다가 금리정책까지 실패했다고 봐도 되는 건가요?
▶홍춘욱 팀장
소득대비주택가격비율(PIR)이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한 해 연봉으로 집 사는 데 몇 년 걸리는지 얘기할 때 많이 언급되죠. 이게 나라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절대비교를 하긴 어렵습니다. 역사적 흐름을 봐야합니다. 그런데 일본의 핵심지역, 도쿄 안에서도 핵심지역에 있었던 주택가격 같은 경우 PIR 기준으로 해서 6배 정도에 거래가 됐었습니다. 그게 언제냐면 1985년입니다. 근데 불과 3~4년 지난 1988년에는 PIR이 16배가 됩니다. 이런 정도의 상승이 나타났다는 건 주택가격이 너무 가파르게 올랐다는 거죠.
더 나빴던 건 1990년에 부동산시장이 붕괴되기 시작했거든요. 최저점이던 때를 보자면 도쿄지역 상업용지, 다시 말해 용적률이 높은, 사무실을 지을 수 있는 상업용지 가격은 90% 가까이 빠집니다.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했으면 금리를 재빨리 내려야죠. 하지만 1991년까지 안 내렸습니다. 왜일까요? 걸프전쟁이 있었죠. 13달러이던 국제유가가 38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유가가 3배 오르는데 물가가 안 오를 수 있나요. 물가가 오르니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할 수 있나요? 못 하겠죠. 응급환자들에겐 ‘골든타임’이 있다고 하잖아요. 심장에 충격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30분 안에 병원 가는지 여부로 생사가 갈린다고 하죠.
▷최진석 기자
그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볼 수 있는 건가요?
▶홍춘욱 팀장
그렇습니다.
▷최진석 기자
주택공급 측면에서도 실패했다고 하던데요.
▶홍춘욱 팀장
1억2000만 국민이 3명씩 한 집에 산다 생각을 해 보면 4000만호가 됩니다. 일본엔 노후주택이 많고 풍·수해에다 지진까지 나죠. 40년마다 감가상각이 이뤄진다고 보면 인구 대비 적정 공급량은 매년 100만호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1990년을 전후해서 인구가 정체되기 시작했습니다. 연간 100만호 정도 지었으면 됐는데, 안타깝게도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 사이에 거의 6년 연속 200만호를 지었습니다.
▷최진석 기자
6년 동안 1200만호가 공급됐다는 거네요.
▶홍춘욱 팀장
매년 200만호를 넘은 건 아니지만 필적하는 물량들이 나왔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서 부동산시장이 두 번째 충격을 받았어요. 여기에 일본 정부도 판단을 잘못 했습니다. 경기부양을 하기 위해 건설투자도 물론 필요합니다만 임대주택을 많이 지었어요. 주택가격이 빠지면서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는데 거기다 집을 지어서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하니까 자가당착적이죠. 공급이 감소세로 돌아선 건 안타깝게도 1995년 이후에 아시아 금융위기와 일본의 빅뱅이었어요. 13개 도시은행이 3개로 재편됐거든요. 은행 10개가 사라졌다 이 말입니다. 그 과정에서 주택공급이 급격히 줄어들어요. 그래서 여러 모로 부정적인 악순환들이 겹쳤습니다.
▷최진석 기자
퍼펙트스톰을 몇 년에 걸쳐 맞은 셈이네요.
▶홍춘욱 팀장
8년 정도 맞았다고 보면 됩니다.
▷최진석 기자
그럼 결국 일본의 부동산버블은 정부 정책의 실패라고 봐야될까요?
▶홍춘욱 팀장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또 하나가 있어요. 일본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에 1990년대까지 40년가량 주택가격이 올랐어요. 사람들에게 부동산불패의 신화가 형성된 거죠. 그때는 직장을 어디 들어가든 은행에서 30년 만기 모기지를 해줬습니다. 그래서 30년 만기 주담대를 받아서 회사 다니는 30년 동안 열심히 갚아나가는, 그리고 퇴직할 때쯤 땅을 팔면 충분히 미래가 보장이 되는, 그렇게 시스템처럼 생각했다는 거예요. 부동산 가격이 무너질 거란 공포는 아무도 가지지 않았어요. 또 1991년과 1992년 당시에 일본은행도 실수한 게 있죠. 주택가격이 잠깐 하락한 걸로 봤지 20년 동안 장기 하락할 거라곤 꿈도 꾸지 않았거든요. 1990년 일본통화정책의사록을 모두 읽어봤는데 경기판단을 보면 굉장히 낙관적입니다.
▷최진석 기자
정부의 정책 실패도 있었지만 ‘부동산 불패’의 신화, 이것이 맞물렸군요.
▶홍춘욱 팀장
그리고 불운까지. 첫 번째가 걸프전, 두 번째가 아시아 외환위기잖아요. 아시아 외환위기 때 일본계 금융기관들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와 남아시아에 대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게 부실해지면서 회수가 어려워지는 과정에서 두 번째 위기가 찾아왔어요.
▷최진석 기자
이 같은 부동산 버블 현상은 일본만의 사례인가요?
▶홍춘욱 팀장
네. 주변 6000km 안에 육지 하나 없는 절해의 고도 갈라파고스는 다른 지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식생을 이루고 있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동산시장 세계에서는 갈라파고스라고 말씀을 드릴 수 있겠습니다. 반대로 세계 주요 13개국 부동산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100년에 걸쳐서 실질가격지수가 평균 3~4배 정도 올랐어요. 부동산시장이 붕괴된 나라는 일본밖에 없었습니다요. 미국처럼 금융위기 때 혼난 곳에서 덜 오른 나라는 있어도 추세적인 상승을 못하고 몇십 년 동안 부진한 나라는 일본밖에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최진석 기자
최근의 동향은 어떤가요.
▶홍춘욱 팀장
굉장히 강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WSJ가 보도한 대로 일본의 전국 땅값은 26년 만에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도쿄도, 그러니까 1도 6현이라고 부르는, 3600만명이 사는 세계 최대의 메갈로폴리스인 도쿄권의 맨션 같은 경우엔 40% 이상 급등했어요. 사실 도쿄는 부동산시장의 관점에서 봤을 때 분위기가 호황시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최진석 기자
일본의 사례로 참고한다면 국내에서 유망한 부동산은.
▶홍춘욱 팀장
첫 번째. 도심에 주목하라. 일본의 2호선이라고 불리는 야마노테선이 있습니다. 지상철인데 그 순환선 안에 있는 도심이 굉장히 노후합니다. 주거환경도 안 좋은 편이어서 문제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점점 도심으로 모여드는 현상이 관측되면서 재개발이 굉장히 활성화됐어요.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노인인구가 늘어나는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동산시장이 어떤 것인지 찾으려면 이 같은 도심재생의 관점에서 보셔야 한 다고 봐요.
두 번째가 더 중요합니다. 2013년 ‘아베노믹스’ 시행 이후 집값이 올랐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그 전에 아무리 잘못된 정책이 나왔다 하더라도 정부가 적기에 재정 및 통화정책을 쓰면서 경기를 살린다면 부동산 가격은 언제 그랬냐는듯 돌아섭니다. 일본은 20년 동안 집값이 하락하던 게 2014년부터 돌아섰죠. 경제는 심리예요. 그 심리를 전환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 단호한 정책이 시행된다면 어려운 시기도 극복할 수 있다는 사례가 될 것 같습니다.
▷최진석 기자
도심이란 두 글자가 와닿습니다.
▶홍춘욱 팀장
최근에 파이낸셜타임즈에서 세계 주요 6곳의 대도시들을 살펴봤더니 지난 10년 사이에 평균연령이 확 올랐다고 합니다. 과거엔 ‘도시는 젊은이들을 흡수하고 노인을 배출한다’는 속담이 있었죠. 우리의 경험적으로도 나이 들어서 교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았잖아요. 일본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젠 노인들이 오히려 도심으로 회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기획 집코노미TV 총괄 조성근 건설부동산부장 촬영 이구필름 진행 최진석 기자 편집 민경진 기자 자막 전형진 기자 제작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