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과학
양자역학 세계에 있는 인물이 현실 속 주인공과 연결되기도
실제 물질·정보 먼 거리 전송 가능
[ 송형석 기자 ] ‘어벤져스’ 시리즈로 유명한 마블에서 올여름에 선보인 ‘앤트맨과 와스프’(사진)는 양자역학의 원리를 영화 곳곳에 녹여냈다는 점 때문에 화제를 모았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양자역학 개론서를 집어든 관람객도 많았다.
주인공 앤트맨은 슈트를 통해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키우고 줄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이해하려면 원자의 구성 원리를 알아야 한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분자를 쪼개면 최소 단위인 원자가 된다. 원자는 원자핵과 그 주변을 도는 전자로 이뤄져 있는데 원자핵과 전자 사이는 텅 비어 있다.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 반지름의 1만 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자핵이 농구공 크기라고 가정하면 그 주변을 도는 전자는 농구공에서 10㎞ 떨어진 지점에서 돌고 있다. 원자핵과 전자의 거리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다면 사물의 크기를 바꿀 수 있다는 게 영화 속 설정이다. 물론 현실 세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영화 속 악역으로 등장하는 ‘고스트’ 역시 양자역학 지식을 동원해야 이해할 수 있는 인물이다. 사람의 몸 대부분이 빈 공간임에도 사물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강력한 전자기력이 원자와 전자를 단단하게 이어주고 있어서다. 하지만 고스트의 몸에선 이 같은 전자기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먹으로 때려도 허공을 때린 것처럼 주먹이 지나간다. 사고로 인해 원자의 속성이 바뀌었다는 게 영화적 해석이다.
이 영화엔 양자전송과 양자통신의 기본이 되는 ‘양자 얽힘’의 개념도 등장한다. 세상에서 사라져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간 인물인 재닛 반다인이 현실 세계의 주인공에게 귀신이 쓰인 것처럼 빙의되는 장면이다. 양자물리학에선 양자들의 관계에 ‘얽힘’이 일어나면 물질이나 정보, 사물을 먼 거리로 전송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미 1997년 오스트리아 물리학자들이 빛의 알갱이인 광자 한 개를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최근엔 광자를 340㎞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키는 실험까지 이뤄졌다.
‘스타트렉’과 같은 공상과학 영화처럼 사람이나 우주선을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여전히 먼일이다. 현재의 양자전송 기술로 옮길 수 있는 물질은 광자 12만8000개 수준에 불과하다. 사람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숫자가 평균 70의 19제곱개. 광자가 아닌 원자를 이동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터럭 하나 옮기기도 힘들다는 설명이다. 전송된 물질이 원래의 물질과 동일한지 여부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