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 품은 도시, 밴쿠버…빙하·호숫빛에 취하다

입력 2018-11-11 16:44  

여행의 향기

여행기 공모전 당선작

여행기 공모전 3등상

추억이 길이 되다
캐나다 밴쿠버



2017년 8월1일. 나는 아빠와 엄마, 우리 부부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시애틀행 비행기를 탔다. 시애틀에서 밴을 렌트해 밴쿠버 최고의 인기 관광지 스탠리공원에 갔다. 햇살이 좋아 일광욕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잉글리시만을 산책했다.

다음날 빅토리아로 갔다. 빅토리아 시내는 도보로 다닐 만큼 작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주도인 빅토리아에는 국회의사당이 있다. 의사당 건물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2009년에는 캐나다 연방정부 사상 최초로 한국계 상원의원이 탄생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출신의 연아 마틴 의원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말한다. “‘내가 꼭 해야 하고, 지금 해야 하는 일’이라면 망설임 없이 추진해요.”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눈 닿는 곳마다 펼쳐지는 빛의 향연

부처드가든으로 갔다. 부처드 부부가 석회암 채굴장을 멋진 정원으로 가꿔놨다. 지금은 세계적인 정원으로 사랑받고 있다. 장미향기가 가득한 곳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시 꽃향기에 취해봤다. 밴프다. 우리는 로키산맥 중 경치가 가장 아름다운 곳에 위치한 레이크루이스호텔에 짐을 풀었다. 해는 높은 산 너머로 어느 순간 사라지고 호텔과 호수엔 또 다른 빛의 향연인 조명이 밝았다. 창밖으로 바라보는 거대한 컬럼비아 대빙원과 에메랄드빛 루이스호수 물은 머리도 입도 눈도 모두 멈추게 했다.


다음날엔 컬럼비아 아이스필드 설상차 투어를 했다. 우리를 일반버스로 설상차 환승 포인트까지 데려다줬다. 설상차를 타고 15분 정도 이동하니 빙하에 도착했다. 햇빛이 쨍쨍했다. 빙하가 녹아 물이 흐르는 곳이 많았다. 30분 정도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운전기사는 “빙하가 매우 미끄러우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조심하세요”라고 했다. 이 말이 나오자마자 나는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그런데 큰아들(8세)과 둘째 아들(5세)은 빙하 위를 뛰면서 장난쳤다. 몸의 유연성이 달랐다. 기사는 “물이 흐르는 곳으로 가서 두 손으로 물을 떠먹어보라”고 했다. 내가 두 아들에게 빙하 녹은 물을 먹지 말라고 제지했지만 이미 몇 모금 먹은 후였다. 기사는 말을 이었다. “이 물은 너무 차가워 세균들이 살 수 없어서 먹어도 몸에 부작용이 없어요.”

설퍼산 전망대에 가기 위해 곤돌라를 탔다. 스카이 비스트로에서 밴프 국립공원의 해지는 모습을 즐기며 햄버거를 먹었다. 너무 아름다워 설퍼산을 내려오는 동안 잊고 멍하니 있었다.

동계올림픽 열렸던 휘슬러

밴프를 빠져나와 93번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재스퍼까지는 287㎞나 된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세계 10대 드라이브 코스’로 꼽은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도 꼽힌다. 오는 길에 약 5분 간격으로 눈을 오른쪽과 왼쪽으로 돌려야 전체 경치를 볼 수 있다. 보통사람은 일생에 한 번 오기도 어려운데 나는 이 길을 이번에 세 번째 지난다. 로스앤젤레스(LA)에 살 때, 토론토 살 때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다.

재스퍼에 도착한 날 오후 차를 몰고 다운타운의 남동쪽에 있는 멀린호수 방향으로 갔다. 가장 유명하다는 호수를 보기 위함이었지만 이미 루이스호수를 본 뒤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20㎞를 남쪽으로 더 가서 멀린호수에 도착했다. 송어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재스퍼에서 동계올림픽 스키 경기가 열렸던 휘슬러산(2480m) 정상까지 케이블카 ‘재스퍼 트램웨이’가 8분 만에 이동시켜줬다. 밴프 곤돌라에 비해 유명세는 떨어지지만 산 아래 펼쳐지는 파노라마 풍경은 그 어느 산 못지않은 장관을 연출한다. 한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아 서늘한 날씨에 높은 고도로 인해 숨이 차올랐다. 구름 사이사이로 보이는 에메랄드빛 호수를 보면서 머릿속까지 청량감을 느꼈다.


휘슬러다.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은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이다. 곤돌라는 두 산의 정상을 이어준다. 이곳은 북미 최고의 스키장의 규모를 자랑한다. 겨울이라면 스키나 보드를 타고 끝없이 펼쳐지는 슬로프 위를 달려보고 싶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찾은 밴쿠버의 저녁이었다. 고전적인 향취가 물씬 풍겨나는 빅토리아풍의 건물과 조화를 이루는 야경을 즐겼다. 1867년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개스타운 증기 시계가 15분에 한 번씩 뿌~뿌~ 하면서 증기를 뿜어낸다.

시애틀 스타벅스 1호점에서 마지막 여정

마지막 여정으로 미국으로 건너왔다. 1993년 개봉한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의 로맨틱한 항수를 상상하며 스타벅스 제1호점을 찾았다. 1971년 개점 당시 로고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커피를 주문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을 때 1호점 문에 쓰인 숫자 ‘1912’를 보고 “야! 1912년에 개점했나봐!” 하는 한국말이 들려왔다. 그 숫자는 ‘이 집의 번지’인데, 잘못 알고 그렇게 이야기한들 무슨 큰 문제가 되겠는가.

1986년 8월10일. 우리 가족이 LA에 정착한 지 1년 정도 되는 날이었다. 우리 가족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초청했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우리 가족 세 명이 2주간 일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아빠가 밴을 운전해 캘리포니아 서부부터 시애틀, 밴쿠버 세계박람회 그리고 로키를 다녀왔다. 30여 년이 지나 남편, 아들과 함께 그 옛날 내가 어릴 적 다녀온 곳을 아빠 엄마를 모시고 다녀왔다. 사람은 자신이 만들 길을 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추억이 길이 되었구나!

이양희 yang_hee_catherin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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