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 설득해야 할 지도자가 실타래를 꼬이게 하고 있다"

입력 2018-11-1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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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춘 국민연금 개편 방침을 명확히 한 데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을 담은 보건복지부 개혁안을 강하게 질책하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데 이어 대통령 복지공약을 주도하고 ‘노후 소득 보장 강화’를 주장해온 인사를 사회수석비서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더 내지 않고도 더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재설계를 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런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에 대해 친정부성향의 시민단체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적립기금 조기 고갈이 뻔해진 상황에서 무슨 수로 대통령의 구상을 실현시킬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부장과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을 지낸 오건호 씨가 이끄는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가 지난 9일 내놓은 논평은 그런 점에서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짚은 내용을 담았다.

“지난 1년간 논의 끝에 나온 전문가 자문안을 바탕으로 토론회를 거쳐 작업한 개혁안을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며 퇴짜 놓은 대통령은 어떤 국민의 의견을 수렴했느냐”는 질문에 책임 있는 답을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연금 인식으로는 개혁 논의가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연금개혁을 선도해야 할 대통령이 물줄기를 거꾸로 이끄는 모양새다” 등의 지적은 특히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국민연금 4차 재정추계 결과 적립기금이 5년 전 추계 때보다 3년 앞당겨진 2057년 소진될 것으로 예고된 마당이다. 지금의 소득대체율(2018년 45%)과 보험료율(소득의 9%)을 그대로 둘 경우 기금 고갈 뒤 보험료율을 한꺼번에 27% 안팎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추계의 결론이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선거공약임을 내세워 소득대체율을 50%로 높이자면서도 ‘국민 눈높이’를 내세워 부담을 주지 않는 재원 조달을 주문하고 있다. 김연명 신임 사회수석도 소득대체율은 50%로 높이되, 보험료율은 9%에서 10%로 1%포인트만 올리면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 대통령의 인식과 맥을 같이한다.

유감스럽게도 그런 요술방망이는 존재하지 않으며, 지금부터라도 단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의 지적이다. 이 단체의 오건호 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이 과제를 피하고 있다. 국민을 설득해야 할 지도자가 오히려 실타래를 더 꼬이게 하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새겨들어야 할 쓴소리다. 그러나 청와대의 기류는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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