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兆 클럽' 두 곳이나 있는데…고용·브랜드 없는 신발산업

입력 2018-11-11 18:30  

신발산업 100년, 기로에 서다

부산 녹산産團 가동률 '뚝'
토종 브랜드는 존재감 잃어



[ 김기만 기자 ] 2년 전 트렉스타, 학산 등 중국으로 나갔던 신발기업들이 부산으로 돌아왔다. 개성공단 폐쇄로 다시 부산에 자리잡은 업체도 생겼다. ‘신발의 도시’ 부산이 부활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지난 9일 찾은 부산 녹산산업단지 신발클러스터에는 공장 가동률이 절반에 불과한 업체도 있었다. 2010년 120개에 달하던 신발제조사는 인건비 부담에 50개 정도만 남았다.

국내 신발산업은 1919년 대륙고무공업사가 근대적 신발공장을 처음 설립한 이후 올해 100년을 맞았다. 부산에는 태광실업, 창신아이엔씨 등 세계적 신발제조업체가 있다. 해외에 공장을 둔 이들 업체는 나이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해 매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전문가들은 녹산산단의 현실과 글로벌 OEM업체의 매출이 국내 신발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한다. 엔지니어링 기술은 있지만 대규모 고용 창출은 어려운 산업이 됐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얼굴 없는 산업’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때 국내외 시장에서 나이키 아디다스 등과 경쟁하겠다고 나섰던 프로스펙스 르까프 등 주요 브랜드가 존재감을 잃었기 때문이다.

노찬용 한국신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신발 제조 세계 1위 대만과 한국의 격차는 1990년대 초 대만이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하면서 더 벌어졌다”며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 속에 신발 소재 부품 등을 아우르는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신발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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