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용석 기자 ] 대(對)중국 강경파로 미·중 무역전쟁을 주도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지난 9일 미국 워싱턴DC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강연에서 “중국 경제가 이익을 내는 건 다른 나라의 기술을 훔치기 때문”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또 “한국 캐나다 멕시코 일본 유럽연합(EU)과 달리 중국은 협상 상대로 믿을 수 없다”며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은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2+2 외교안보회담(외교·국방장관 회담)’에서도 남중국해 영유권, 대만과의 관계, 중국의 종교 탄압 등을 둘러싸고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이달 말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열릴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도 성과를 장담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나바로 국장은 CSIS 강연에서 중국이 “높은 관세와 환율 조작, 사이버 절도, 산업 스파이, 기술이전 강요, 막대한 보조금 등을 통해 불공정 무역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팽창적인 ‘일대일로’ 정책 탓에) 스리랑카 항구가 (중국에) 넘어가 군사적 전초기지가 됐고, 말레이시아는 (중국의) 식민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과거 소련 경제는 엉망이었지만 (소련처럼 국가주의적으로 운영되는) 중국 경제는 이익을 낸다”며 “이는 중국이 (다른 나라의) 기술을 훔치기 때문”이라고 맹비난했다. 나바로 국장은 “(이를 통해) 중국이 미국의 제조업과 방위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옹호했다.
그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을 향해서도 “그들은 등록되지 않은 무보수 해외 요원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해 중국과 합의를 종용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월가가 반대해도 무역전쟁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바로 국장의 강연은 1년3개월 만에 워싱턴DC에서 ‘미·중 2+2 외교안보회담’이 재개된 가운데 이뤄졌다. 중국 외교수장과 국방장관이 워싱턴DC를 찾은 날 무역정책을 주도하는 백악관 고위 관료가 중국에 직격탄을 날린 셈이다.
미·중 2+2 외교안보회담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미국은 중국과의 냉전이나 (중국) 봉쇄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도 “중국은 개혁개방과 평화로운 발전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현안에 대해선 적잖은 시각차를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은 “중국이 다른 나라에 복종을 강요하고 대만의 국제적 (활동) 영역을 제한하려는 것을 우려한다”며 중국의 ‘원차이나(하나의 중국) 정책’을 정조준했다.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화와 종교인 탄압 문제도 거론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국제법이 허용하는 어디서든 비행, 항해, 작전을 계속할 것”이라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일방적 영유권 주장을 부정했다.
이에 대해 양 정치국원은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이며 항행의 자유를 군사행동에 대한 변명으로 활용해선 안 된다”고 맞섰다. 웨이펑허 국방부 장관도 “어떤 분리주의 행동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했다.
2+2 외교안보회담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지난해 4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리조트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을 때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6월 워싱턴DC에서 첫 회담이 열렸다. 지난달 중국에서 두 번째 회담이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양국 간 갈등으로 취소됐다가 이날 워싱턴DC로 자리를 옮겨 재개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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