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체 있는 회사·자산 기반으로
발행되는 STO는 주식과 유사
내년 초부터 한국서 사업"
[ 윤희은 기자 ] 미국의 증권형토큰공개(STO: Security Token Offering) 핀테크(금융기술) 기업인 ‘시리즈원’이 내년 초부터 한국에서 STO 사업을 시작한다. 시리즈원은 국내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빗썸과 손잡고 내년 상반기 중 미국에 STO거래소도 설립할 예정이다.
STO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발행하는 가상화폐 토큰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 중 하나다. 토큰이 주식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토큰만 있으면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고 배당도 받을 수 있다.
미국 이어 한국에도 STO 도입
마이클 밀덴버거 시리즈원 최고경영자(CEO·사진)는 11일 서울 역삼동 빗썸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은 매우 앞서 있는 블록체인·가상화폐 강국”이라며 “한국이 블록체인 리딩마켓으로 거듭나게 될 것을 믿고 거점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시리즈원은 2013년 설립된 크라우드펀딩 회사 ‘펀딩원더’의 플랫폼 기술 부문을 모태로 하는 핀테크 기업이다. 밀덴버거 CEO는 펀딩원더의 초기 멤버로 이전에는 보안솔루션 기업인 ‘이온웨어’ CEO를 지냈다. 이 회사는 최근 한국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밀덴버거 CEO는 앞으로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전통적인 가상화폐 시장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기존 가상화폐 보유자들은 단지 그 가상화폐를 보유하고 있을 뿐 이를 유통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규제 이슈도 역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STO는 가상화폐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시장이라는 게 밀덴버거 CEO의 주장이다. 가상화폐공개(ICO: Initial Coin Offering)를 통해 발행한 토큰은 해당 기업의 영향력을 미치는 생태계에서만 제한적으로 쓸 수 있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토큰을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안겨준 사례도 많았다. 정부가 ICO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배경이다.
반면 STO는 주식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다. 용도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행하는 기존 가상화폐와 달리 실체가 있는 회사나 자산을 기반으로 발행한다.
미국 STO거래소 상반기 중 인가
미국은 올 들어 제도권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STO 시장을 넓혀나가는 추세다. 지난달 미국 나스닥이 STO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도 STO 발행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미국 블록체인 기업 ‘쉐어스포스트’에 첫 STO거래소 설립을 인가했다.
시리즈원은 쉐어스포스트에 이어 두 번째로 STO거래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SEC로부터 증권거래 인가 등을 받아놨다. 남은 것은 디지털자산 거래에 대한 대체거래시스템(ATS) 인가다. 밀덴버거 CEO는 “이르면 내년 1분기, 늦어도 상반기 안으로 인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설립되는 STO거래소는 시리즈원의 STO 발행 기획력과 빗썸의 기술력이 결합해 운영된다.
시리즈원이 한국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상장사나 상장사 중 STO를 희망하는 기업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들다. ICO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정부가 STO를 다른 자금조달 수단으로 인정할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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