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분해해 수소를 얻는 기술의 시장성이 확보될 전망이다. 기존 촉매인 백금(Pt)보다 훨씬 싸고(4% 수준), 성능과 안정성도 높인 ‘그래핀 촉매’ 덕분이다.
UNIST(총장 정무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의 백종범 교수팀은 백금 가격의 4%에 해당하는 루테늄(Ru)을 그래핀에 담은 새로운 촉매 물질, ‘루테늄엣그래핀(Ru@GnP)’를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 물질은 현재 상용화된 백금 촉매를 능가하는 성능을 갖추고, 반영구적으로 사용 가능한 내구성도 지녔다. 백금 촉매를 대체할 차세대 촉매로서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는 가장 풍부한 원소로, 미래친환경 에너지 자원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수소는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에서 분리해 얻는 게 대부분이다.
이 방법은 제조단가는 낮지만, 수송비가 높고, 환경오염도 유발한다. 이를 해결할 대안으로 전기를 이용해 물(H₂O)에서 수소를 분리하는 방법이 주목받고 있다. 이때 수소발생반응(Hydrogen Evolution Reaction, HER)이 중요하게 활용된다.
물의 전기분해에서 고효율을 달성하려면 수소발생반응이 일어나는 데 필요한 최소 전압(과전압)이 낮고, 반응속도가 빨라야 한다. 지금까지 두 조건을 만족시키는 가장 우수한 물질로는 백금이 꼽혔지만, 귀금속이라 비싸고 물에서 전기화학적 안정성이 낮아서 조금씩 닳는(용해) 문제가 있었다. 백금을 대신할 비(非)귀금속 기반 촉매 연구도 많았지만 물에서 부식(산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웠다.
백종범 교수는 “상업적으로 사용가능한 우수한 촉매의 조건은 크게 ①고효율, ②우수한 내구성, ③가격경쟁력 셋을 꼽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지난해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보고한 루테늄 촉매를 한층 강화시켜 상업화에 필요한 물 분해 촉매의 세 조건을 모두 만족시킨 결과”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저가의 귀금속인 ‘루테늄 염(Ru salt)’과 ‘초산기(-COOH)가 붙은 그래핀’을 물속에 넣고 교반시켰다. 이때 자연스러운 화학반응(환원)이 일어났고 이 상태에서 열처리를 진행해 루테늄엣그래핀(Ru@GnP)을 제조했다. 금속과 그래핀 복합체를 간단한 방식으로 생산해 가격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한 것이다.
이렇게 만든 ‘루테늄엣그래핀 촉매’는 물 분해 반응에 필요한 과전압을 백금 촉매보다 더 낮추는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또 물의 산?염기 농도(pH)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기존 백금 촉매와 달리, 대체로 일정한 성능을 보였다.
백종범 교수는 “금속과 그래핀 복합체를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길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상업적 경쟁력을 갖춘 물 분해 촉매를 개발한 것”이라며 “물의 산?염기 농도에 관계없이 우수한 성능을 보이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는 펭 리(Feng Li)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박사이며, 전인엽 원광대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지원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유영민)에서 추진하는 리더연구자지원사업과 교육부(장관 유은혜)와 한국연구재단이 주관하는 BK21 플러스사업, 우수과학연구센터(SRC)로 수행됐다.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소재 분야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트리얼스(Advanced Materials) 11월 첫 호의 속표지(Inside Cover)로 선정돼 출판됐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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