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자고등학교 시험문제 유출 의혹을 받아온 숙명여고 전 교무부장 A씨(53)와 그의 쌍둥이 딸이 12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숙명여고 학부모 모임인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쌍둥이 자매의 성적 재산정 문제 해결을 촉구하면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전 교장, 교감, 고사총괄 교사 등에 대한 엄정한 수사도 촉구했다.
'숙명여고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2학기 중간고사 이전 수사종결을 바란 만큼 때늦은 발표에 아쉬움이 있지만 사필귀정의 수사결과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전 교장은 쌍둥이의 죄는 공부를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는 망언을 하며 부녀를 옹호했다. 답안지 유출을 묵인 또는 방조한 것으로 의심하기 충분한 교장과 교감을 불기소 처리한 점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학교는 시험 부정행위 학생들에 대한 자퇴서를 반려하고 학칙에 따라 (성적을) 0점 처리하고 퇴학시켜야 마땅하다. 등수와 우수교과상을 도난당한 2학년 학생들에 대한 성적 재산정에 조속히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학교에 대한 불신 해소를 위해 숙명여고를 거쳐 간 전·현직 교사 자녀에 대한 전수 특별감사를 교육부에 요청한다. 검찰에도 철저한 수사를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또 "숙명여고 교장단 및 교사진은 홈페이지 공지, 가정통신문, 단축수업을 통한 교내방송 등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수단을 통해 학생과 학부모 및 전 국민을 상대로 진심어린 사죄를 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날 경찰 수사결과를 지켜본 숙명여고 2학년 학생의 한 학부모 역시 "묻혀버릴 수 있는 진실이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쌍둥이 자매의 시험 결과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2학년 학생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학부모 이 모 씨는 "아직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다. 내년 여름방학이면 수시 원서를 써야 하는데 쌍둥이 성적을 하루라도 빨리 재산정해야 교과우수상 등이 반영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 모 씨는 "성적처리 정정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전 학년의 성적을 다시 재산정해야 하는데 지금부터 처리해도 해가 넘어간다"며 "아이들은 이제 고3과 다름없는데 결국 잘못된 성적이 반영될까 봐 불안하다"고 걱정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구속된 전 교무부장 A씨와 쌍둥이 딸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의견 송치했다. 다만 전 교장과 교감 및 고사총괄교사는 '업무방해 방조의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며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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