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이창열 메타넷글로벌 전무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후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많은 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위협을 느낀 전통 기업들도 빠르게 새로운 기술을 기업 전략에 접목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수십 년 묵은 과거의 관행이 혁신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루퍼트 머독은 일찍이 “더 이상 큰 기업이 작은 기업을 이기지 못하고,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 먹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스피드 경영이 기업의 가장 중요한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지금까지 ‘충격 요법’을 통해 경영 스피드를 한 단계씩 올려왔다. 삼성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아내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강력한 선언과 함께 휴대폰 화형식이라는 충격적인 이벤트를 통해 조직의 의사결정에 방해가 되는 군더더기를 한꺼번에 털어냈다. 중국 가전그룹 하이얼도 비슷한 방식으로 기업 체질을 개선했다. 장루이민 회장은 아무리 독려해도 공장의 품질이 개선되지 않자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76대의 냉장고를 직접 쇠망치로 내려쳐 박살을 내버렸다. ‘짝퉁 천국’ 중국이 글로벌 제조업 생산기지로 도약하게 된 계기였다.
전통기업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적 모델로 변하는 것은 도전적인 과업이다. 외부 디지털 전문가를 영입해 여러 실험을 하고 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다. 전통기업의 반격이 변죽만 건드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평소 쓰던 그릇을 작은 것으로만 바꿔도 다이어트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기업에는 데이터센터와 전산실 등 정보기술(IT) 시스템이 그릇이고, 여기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불필요한 정보가 군살이다. 밥그릇을 작게 바꾸듯 전통기업은 IT 시스템을 글로벌과 연결된 클라우드로 이사해 몸무게를 줄여야 한다. 그래야 스피드 경영이 가능하다. 하부 구조는 상부 구조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클라우드를 기업 운영 모델을 대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여전히 변화를 두려워하는 기업이 존재하고, 디지털 전략을 수립해 이제 막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도 있다. 지금 우리가 세운 전략과 변화가 스피드 경영을 위한 올바른 길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를 통한 기업의 다이어트를 통해 전통기업도 디지털 기업에 뒤처지지 않는 스피드 경영을 선보일 수 있다. 작은 변화가 불러오는 효과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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