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대규 기자 ] 2012년 북한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탈북자의 절반 이상은 극심한 굶주림에 생존의 위협을 느껴 탈북한 것으로 조사됐다. 굶주림 때문에 탈북한 사례는 체제불만에 따른 탈북보다 6배나 많았다.
12일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입수한 ‘탈북자 사유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9월까지 7년여간 탈북한 9041명 가운데 50.9%는 ‘생활고’ 때문에 남한에 온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생활고란 “하루에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상태”나 “굶어죽을 만큼의 극심한 기아 상태”라고 국정원 측은 설명했다. 생활고 탈북자 비율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전인 2011년 40%에서 집권한 2012년 38.2%까지 줄었다가 2015년 60%로 오른 뒤 50%대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 북한은 김정은 집권 뒤에도 극심한 기아 상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는 북한 인구의 약 43%인 1100만 명이 영양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난 9월 발표했다. 이는 10년 전 영양부족 비율(35%)보다 악화된 것이다. 아일랜드 최대 구호단체 컨선월드와이드도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중 40%가 발육부진을 겪고 있다고 지난달 지적했다.
다른 탈북 사유로는 ‘주변의 권유 및 동반 탈북’(28.2%), ‘체제불만’(8.7%), ‘처벌 우려’(4.1%), 기타(7.9%) 등이 뒤를 이었다. 체제불만에 따른 탈북자 비율은 지난해 15.7%(177명)에서 올해 2.7%(22명)로 급감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대북 정책 기조가 바뀐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자녀 교육, 종교의 자유 등 기타 사유의 탈북자 비율은 작년 5%(평년 5~7%)에서 올해 23%로 크게 뛰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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