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신제품 '아이폰XR'과 관련된 부정적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 납품업체들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애플의 주요 부품 공급업체인 루멘텀홀딩스는 12일(현지시간) "이름을 밝힐 수 없는 대형 고객사의 주문이 감소했다"며 2분기(10~12월) 실적 전망치를 매출 3억3500만~3억5500만달러, 주당순이익 1달러15~1달러34센트로 낮춘다고 밝혔다.
루멘텀은 지난 1일 실적 발표에서 2분기 실적 전망치를 매출 4억500만~4억3000만달러, 주당순이익 1달러60~1달러70센트로 제시했었다. 불과 2주도 되지 않는 사이에 매출과 주당순이익 전망치를 각각 17%와 25% 하향조정한 것이다.
이 영향으로 루멘텀 주가는 간밤 33% 급락했고, 애플도 5% 하락했다. 애플의 다른 납품업체와 주요 반도체 업체들도 동반 하락했다. 기술주의 부진으로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2.32%나 급락했다.
루멘텀은 카메라용 센서 제조업체로 애플에 '아이폰X'의 안면인식 기능을 담당하는 3차원(3D) 센싱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애플이 루멘텀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여기에 지난주에는 애플이 폭스콘과 페가트론의 아이폰Xr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폭스콘은 아이폰XR 생산을 위해 60개 생산라인을 준비 중이었으나, 45개만으로 대응한다는 것으로 단순 계산으로 아이폰XR의 생산량은 25% 가까이 감소할 수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 납품업체들로부터의 부정적 소식은 언제나 있어왔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실제 애플 실적에는 별 영향이 없었던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아이폰XR의 경우 다양한 경로에서 부진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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