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몸노인 친구 되고, 해양오염 막고…우리 동네 해결사는 '소프트웨어'

입력 2018-11-13 17:03   수정 2018-11-13 17:20

첨단 소프트웨어 기술 지역 확산
(1) 뿌리기업 일구는 지역 SW진흥기관



[ 배태웅 기자 ]
혁신성장은 지식정보, 데이터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꾸려나가는 성장전략이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 등 신기술 적용이 추진되고 있지만 전국 각지의 산업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기에는 아직 더디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진단이다. 지역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SW) 기업을 육성해 지역 핵심 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같은 추세에 따라 지역SW산업발전협의회 내 20개 지역 SW진흥기관은 인재와 기업 육성부터 지역 사회의 문제 해결까지 발벗고 나서고 있다. 올해 지역 SW진흥기관의 다양한 지원 성과를 들여다봤다.


복약 시간 알려주는 스마트토이, 노인 말동무도 해줘

강원정보문화진흥원(원장 김흥성)은 지역 홀몸노인의 생활 안전을 돕기 위해 지역 업체인 프론트유와 함께 ‘노인케어 스마트토이’를 개발하고 강원 춘천시에 30개를 설치했다. 이 스마트토이는 홀몸노인이 잊기 쉬운 약 복용시간 안내부터 움직임 감지를 통한 활동량 모니터링까지 다양한 건강 관리 기능을 갖췄다. 또 간단한 대화기능을 넣어 노인들의 정서적인 건강을 챙겨준다. 보호자용 앱(응용프로그램)과 연동하는 기능도 갖춰 평상시 발생할지 모를 위험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진흥원은 태백시에서도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앱이 청소년 건강 모니터링, 비만·흡연율도 ‘뚝’

경기테크노파크(원장 이강석)의 지역SW융합제품 상용화 지원을 받은 아우라는 스마트폰으로 아동·청소년의 신체 성장도를 예측할 수 있는 ‘스마트 건강지킴이’ 앱을 개발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아우라의 SW 개발 및 GS 인증을 돕고, 개발된 시스템을 광명과 시흥시 등의 38개 초등학교에 적용했다. 지킴이 앱 사용 결과 학생들의 신체 성장과 영양섭취를 정밀히 관찰할 수 있었으며,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비만율과 흡연율이 감소했다. 경기테크노파크는 이외에도 스마트제조혁신 클러스터와 기업의 기술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기술닥터사업을 추진 중이다.

연 3000억 피해 해양오염, 원격 감시로 예방

경남테크노파크(원장 안완기)는 지역 해양 환경을 해치는 유해생물과 기타 오염 피해를 막는 ‘해상 원격 감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유해생물과 오염원으로 인한 해양자원 피해가 연간 30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테크노파크는 로봇밸리, 경남대, 창원대와 함께 올해 말까지 원격으로 해상 환경을 감시 및 예방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스마트해양수산 4.0 플랫폼’을 구축해 바다 환경 감시, 스마트 양식, 산업 간 융합을 통한 해양 콘텐츠 산업 육성전략을 수립 중이다.

넘치는 빗물 IoT로 감시, 하수정보 데이터는 공공개방

부산정보산업진흥원(원장 이인숙)은 합강테크, 동주이엔씨, 세일기술, 동의대산학협력단과 함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하수정보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부산 지역의 기상 환경이 변하면서 빗물이 하수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등 오염수 관리에 문제를 겪고 있어서다. 진흥원은 원격제어 시스템으로 하수제어 기술을 확보하고, 하수오염 분석 및 관리 플랫폼을 도입할 계획이다. 해당 플랫폼을 통해 나온 하수정보 데이터는 시민들이 이용 가능한 공공 데이터 서비스로도 활용된다.


배터리 걱정 없는 스마트 신발, 길 잃는 치매 어르신 지켜

고양지식정보산업진흥원은 실종 위험이 있는 치매노인의 위치를 알려주는 스마트신발 ‘꼬까신’ 개발을 지원했다. 위치추적 통신모듈을 장착해 치매노인의 위치를 보호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려준다. 배터리 1회 충전 시 3일간 사용 가능하며, 자가 발전 기능을 갖춰 방전 후에도 1시간만 걸으면 다시 작동한다. 제품 개발은 고양시 의료 SW·기기업체인 스마트메디칼디바이스와 평화유통, 유미테크 등이 맡았다. 진흥원은 스마트메디칼디바이스와 함께 일산동구보건소 치매안심센터와 업무협약을 맺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이다.

반려동물 장난감 일본 진출, 크라우드펀딩 ‘대박’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이정현)의 지원을 받은 SW업체 바른앱은 일본 반려동물용품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가 개발한 ‘스마트볼’은 스스로 움직여 반려동물의 흥미를 끄는 지능형 장난감이다. 무선충전과 방수 기능을 지원하며, 반려동물의 활동량도 스마트폰 연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업체는 지난 4월 일본 크라우드펀딩업체인 마쿠아케에서 목표 금액의 27배가 넘는 822만엔(약 8200만원)의 자금을 모금한 뒤 9월부터 제품을 일본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SW 기술로 누수 모니터링, 도심 난개발 해결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원장 김병현)의 지원을 받은 한국융합아이티와 에스씨솔루션은 지역 하수시설을 실시간 모니터링 및 제어할 수 있는 ‘IoT 기반의 인공지능 하수관거 제어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용인시는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수도처리용량이 포화돼 빗물이 넘치는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이 시스템이 설치되면 도심 내 침수, 싱크홀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융합아이티는 진흥원의 해외 사업 지원을 바탕으로 베트남 과학원과 스마트시티 구축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19개 도시에 스마트 조명 사업, 연매출도 2배씩 성장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원장직무대리 김진평)는 지역SW기업성장지원사업을 통해 에코란트가 친환경 도로 조명을 개발하는 데 일조했다. 이 회사의 ‘지능형 양방향 무선원격 도로 조명 제어시스템’은 불필요한 야간 점등을 막아 에너지 소비는 줄이면서 가로등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 에코란트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스마트시티 분야의 유망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10월 말레이시아 TNB리서치가 주관한 스마트가로등 실증사업에 선정되는 등 국내외 19개 도시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사업 확장에 힘입어 매출은 매년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

대중교통 부족해 외면받는 산업단지, 카풀로 고민 해결

충남테크노파크(원장 윤종언)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쉐어앤쉐어는 산업단지 특화형 카풀서비스인 ‘카풀로’를 출시했다. 충남 산업단지 인근은 대중교통수단이 부족해 기업이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는 데서 나온 아이디어다. 같은 직장 또는 산업단지 내 이용자끼리만 카풀을 할 수 있어 택시업계의 반발도 줄였다. 이 회사는 2년간 10억원의 정부·지자체 예산이 투입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사업에도 참여한다. 이 시스템은 브라질 반도체회사인 HT마이크론반도체에 수출될 예정이다.

연간 20만 건 이르는 전화상담, 챗봇으로 부담 덜어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원장 서문산성)은 챗봇(채팅로봇) 등의 기술을 도입한 자동화 민원상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관광객이 늘면서 전화 민원상담이 연간 20만 건에 달할 정도로 폭증했기 때문이다. 해당 시스템은 다양한 민원 상담을 분류해 간단한 상담은 챗봇이 상담하게 한다. 챗봇이 대응하기 어려운 복잡한 민원만 상담원이 대응한다.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챗봇기술을 활용한 24시간 민원상담 시스템으로 시민 편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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