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다시 소공동으로 가야"
[ 류시훈 기자 ]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96·사진)이 거주지를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소공동 롯데호텔로 다시 옮겨야 할 처지가 됐다.
14일 법조계와 롯데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7일 신 명예회장 거처를 롯데월드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 49층에서 롯데호텔서울 신관(현 이규제큐티브타워) 34층으로 다시 이전하도록 결정했다.
신 명예회장은 1990년대부터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에서 지내왔다. 지난해 7월 전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이 시작되면서 신 명예회장 거주지를 두고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과 롯데그룹이 갈등을 빚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한남동으로, 롯데그룹은 롯데월드타워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신 명예회장의 한정후견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선은 가정법원에 신 명예회장 거처를 직권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거주지 후보로 꼽힌 장소들에 대한 현장 검증을 한 뒤 리모델링이 끝날 때까지 롯데월드타워에 거주하도록 결정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지난 8월 다시 가족 간 갈등이 불거졌다. 법무법인 선이 법원에 신 명예회장이 롯데월드타워에 계속 머물러야 할 필요성에 대한 심문기일을 신청했다. 지난달 15일 진행된 법원의 현장 검증과 인터뷰에서도 신 명예회장과 부인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는 롯데월드타워에서 계속 지내기를 원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역시 신 명예회장이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롯데월드타워에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법원은 임시거주지 결정 시 리모델링 공사가 끝나면 다시 롯데호텔서울 신관으로 이전하도록 명했던 만큼, 앞선 결정을 번복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없으므로 다시 소공동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결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고령인 신 명예회장 거소를 특별한 이유도 없이 또다시 옮기려고 하는 신 전 부회장 행동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 명예회장 거주지 이전은 내년 상반기 이뤄질 전망이다. 롯데호텔 신관 리모델링 공사는 지난 9월 모두 끝났지만 그대로 보존해둔 34층의 신 명예회장 거주 공간은 별도의 개·보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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