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아세안과 새로운 100년 시작
남북 함께하면 의미 더 살아날 것"
[ 박재원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10개국 정상이 내년 한국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아세안과 함께 새로운 100년을 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와 함께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도 내년에 열 것을 제안했다.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던 기존 경제 패러다임을 아세안 지역으로 확대·전환하기 위해 해당 국가들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핵심축인 신남방정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를 위해 내년까지 아세안 지역 10개국을 모두 방문해 정상 외교를 펼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날 아세안과의 협력 강화 차원에서 2022년까지 1억달러 규모의 ‘신남방지원펀드’를 민관 공동으로 추가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전 세계 인구의 10%인, 7억 명에 이르는 양측 국민들이 함께 잘사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아세안과 더욱 가까워지기 바라며 내년도 한·아세안 협력 기금을 두 배로 증액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마을사업과 같은 농촌 개발, 더 쉽게 진료받을 수 있는 의료 개선 등 아세안 국민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에 성의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초청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견해도 밝혔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회의에서 “내년 특별정상회의에 한국과 북한이 함께 참석하면 의미가 더 살아날 것이며, 이런 노력이 가시화되기 바란다”고 깜짝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주목되는 제안”이라며 “한반도 정세가 계속 더 평화적으로 증진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해 한·아세안 회원국들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별정상회의의 대략적 개최 시기에 대해선 “내년 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돌발 제안에 ‘긍정 검토’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한 동기 부여 차원이라는 분석이다. 동시에 아세안 국가들을 비핵화 논의에 더 깊이 참여시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국제사회 공조를 한층 공고히 하겠다는 의중도 깔려 있다. 다만 특별정상회의가 내년 12월께로 예정돼 있어 속단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당장 김정은의 연내 한국 답방이 내년 초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설명이다.
싱가포르=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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