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이노베이션센터 가보니
호기심서 출발한 아이디어면 어떤 사업이라도 창업 가능
혁신적 협업으로 미래 신기술 만드는 게 이노베이션 센터 목표
[ 전예진 기자 ]
독일 다름슈타트에 있는 머크 이노베이션센터. 6층 메이커스페이스에 들어가자 3차원(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가상현실(VR) 기기들이 어지럽게 펼쳐져 있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은 이곳에서 반도체와 센서, 전자기기 등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 국제특송업체 DHL과 드론 개발사 윙콥터가 의약품 배송을 위해 탄자니아 상공에 띄웠던 대형 하이브리드 드론도 눈에 띄었다.
머크는 윙콥터를 비롯해 2015년부터 3년간 40여 개의 스타트업을 키웠다. 지난 3월 이노베이션센터가 완공되기 전부터 모듈 방식의 가건물에서 스타트업을 위한 멘토링과 컨설팅이 이뤄졌다. 이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 신선도, 유통기한을 알려주는 초저가 스마트 센서를 개발한 이스잇프레시, 소아암 환자를 위한 병원 VR 게임 개발사 토미가 대표적이다.
머크가 육성하는 분야는 기능성 소재, 헬스케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40여 개 스타트업 중 헬스케어 관련 기업은 18개뿐이다. 인류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호기심에서 출발한 아이디어라면 어떤 것이든 가능하다. 미하엘 갬버 머크 이노베이션센터장은 “상업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우리의 사업 영역을 초월한 혁신적인 협업을 이뤄 미래 신기술을 개발하는 게 이노베이션센터 설립 목표”라고 말했다.
머크는 호기심이 있는 인재를 모으기 위해 센터 곳곳에 혁신을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 1층 로비에는 머크의 폴리머 안정화(PSVA) 기술을 적용한 72개 액정 디스플레이로 화려한 색감을 연출했다. 통로에는 지나가는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해 빛의 흐름이 바뀌는 수백 개의 직사각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조명 패널을 설치했다.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는 아이디어를 표현한 것이다. 센터를 짓는 데 6900만유로(약 900억원)가 투입됐다.
머크는 매년 최대 10개 스타트업을 선정해 3개월간 센터 내 사무공간과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갬버 센터장은 “한국 스타트업 발굴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름슈타트=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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