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경훈 기자 ] 갓을 쓴 노인이 길을 걷고 있다. 당당하고 거침없는 발걸음에 휘날리는 도포 자락이 고요한 숲에 파문을 일으켰다. 울창한 나무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가는 그에게서 오랜 세월 이어온 선비의 기개가 묻어난다. 이 장면은 사진가 이동춘 씨가 2005년 이후 경북 안동 일대의 종가를 다니며 촬영한 ‘선비정신과 예를 간직한 집, 종가’ 시리즈 중 하나다.
이씨는 종가, 종부, 경주, 도산구곡 등 한국의 전통을 이어온 장소와 사람을 찾아 옛 의례(儀禮) 행위와 전통 가옥, 의식주, 풍경 등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는 한국 문화의 외적인 아름다움뿐 아니라 ‘선비정신’ ‘예(禮)’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시각언어로 담아내기 위해 긴 세월을 바쳤다.
그의 작품은 유럽과 미국 등지의 한국문화원에서 순회전을 통해 소개됐고, 서구인들에게 한국의 정신이 무엇인지 강렬하게 심어줬다. (유경서원, 12월22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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